임은수 장대B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

복마전(伏魔殿). 국어사전에는 ‘마귀가 숨어 있는 집이나 굴’ 또는 ‘비밀리에 나쁜 일을 꾸미는 무리들이 모이거나 활동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중국 원나라 시대 소설인 ‘수호지(水滸誌)’에서 유래된 이 단어는 현대사회에 와서 안타깝게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최근 들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조합 임원의 비리·배임, 조합원 내부갈등 등 정비사업의 부정적인 사례들이 미디어에서 많이 보도된다. 얼마 전에도 서울의 대표적인 조합 5곳이 107건의 불법행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최근 5년간 조합 임원 뇌물·횡령·배임 사건은 총 305건, 정비사업 관련 행정소송은 총 2193건에 이른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정비사업 조합이 투명하고 전문성있게 추진되고 있다는 등의 긍정적인 사례는 미디어에서 찾기 힘들다. 실제로 법을 어기지 않고 내부 갈등을 원활하게 조율하면서 모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들도 많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다수의 조합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항상 의혹과 의심의 눈초리로 조합을 바라볼 뿐이다.

정부와 전문가들 또한 이러한 재개발사업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관련법을 지속적으로 개정하며 제도를 개선해 왔는데, 왜 다른 사업에 비해 유독 재개발 재건축사업만 아직까지 복마전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

정비사업을 연구한 많은 논문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크게 두 가지의 구조적이고 태생적인 문제점이 있다.

우선, 조합의 전문성부족이다.

조합임원을 포함한 조합원 대다수는 정비사업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비전문가이다. 비전문가인 몇 명의 조합임원이 용역업체와 시공사에 의존해서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 쉽다.

다른 하나는 조합의 자금조달능력 부재이다.

조합은 분양을 해서 수입이 발생하기 전까지 적게는 수년간, 많게는 십여년이상 인건비를 지급하며 사무실을 운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설계 등 인허가 비용과 각종 용역비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그런 막대한 돈을 댈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동안 조합에서는 시공사나 용역사로 부터 이러한 자금을 빌려야만 했다. 이럴 경우 조합은 자기 급여를 대신 지급해 주고, 당장 급한 사업비를 빌려주는 시공사나 용역사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법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구청)나 토지주택공사(LH)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돼어 있으나 주민갈등야기, 임대사업으로의 전환, 예산 부족 등으로 대다수의 조합에서 진행한 사례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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