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앞 택시 승강장, 택시 수십여대가 시동을 끊채 정차해 있다. 김희도 기자 huido0216@cctoday.co.kr

하루종일 일해도 3만원 벌이 “사스·메르스때보다 심각해”

[충청투데이 김희도 기자] "오전 5시 30분부터 지금까지 4시간 동안 손님을 한분도 태우지 못했어요. 어제는 12시간 동안 4만원 벌었습니다. K5 차량 LPG 가스 완충시 약 5만원이 들어가는데 가스값도 안나오는 실정입니다"

청주시에서 택시운행을 하는 A(60)씨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26일 오전 9시 30분경 청주고속버스터미널 택시승강장에서 대기중이던 택시 20여대는 '빈차'라는 표시등만 켠 채 정차돼 있었고 법인택시안 미터기에는 '0'이라는 숫자가 표시돼 있었다. 현재까지 탑승객이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택시를 하는 B(55) 씨는 "매출 손실액이 어느 정도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변을 둘러보라. 요즘 자가용,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추세라 택시 운행이 어려워진 상태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인해 8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주 토요일부터는 아예 승객을 찾아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 C(61)씨는 "그래도 2주 전만해도 하루 10시간 가량 일하면 5만원 이상은 벌었는데 22일 택시운전기사가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엔 종일 일해도 3~4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리운전기사들은 부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이중 취업이 안된다"며 "사태가 하루 빨리 진정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상황이 더 나빴다. 지난 1월부로 시행중인 전액관리제 시행에 따라 영업시 매일 회사에 16만 6000원의 비용을 납부해야하기 때문이다.

법인택시기사 C(46)씨는 "'코로나19'로 하루 평균 4~5만원 정도의 수익밖에 나지 않는다"며 "손실이 심해 택시운행을 그만둬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일부 택시회사는 일정기간 하루 4만원 가량의 납부금을 삭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하지 않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 택시노동조합을 통해 확인한 결과 청주시내 택시회사 25곳 중 삭감 등 지원책을 시행하는 회사는 3개 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공항에서 손님을 태우기위해 대기중인 택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오전 11시 50분경 공항 게이트 앞에는 택시 10여대가 서 있었다. "택시 일부는 앞서 손님을 태우고 공항을 나갔냐"는 기자의 질문에 택시기사 D(61)씨는 "오늘도 손님이 없을것 같아 대부분 방금 전에 퇴근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가족에게 미안해 점심도 먹지 않고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항출구로 이동하던 사업가 D(68)씨는 "거주지는 제주도인데 운영하고 있는 가게가 증평에 있어 매월 수차례 왕복한다"며 "확진자가 증평에서 발생한데 이어 얼마 전에는 택시운전기사도 양성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오늘 30분 후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게 됐다"고 밝혔다.

시내버스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청주역에서 운행대기 중이던 버스기사 C(59)씨는 "25년째 청주에서 운행을 하고 있지만 사스, 메르스 때도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다"며 "하루 600~700명 가량의 승객이 탑승했는데 지난 21일부터는 200여명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진천산업단지에서 출·퇴근 하는 필리핀, 중국인, 베트남 등 외국인들"이라고 덧붙였다.

흥덕구 풍산로 롯데마트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D(50)씨는 "근처에 버스정류소가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버스에 수많은 불특정 다수가 승·하차하고 이들중 확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20분 가량을 걸어 집을 오간다"고 말했다.

김희도 기자 huido02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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