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복지겸 장군과 면천 '두견주'
고려 태조 추대한 '복지겸'
나이 든 뒤 면천 돌아왔지만
병세 깊어 호전되지 않게 돼
딸, 100일기도 올려 계시 받아
술 빚고 은행나무 심어 회복
두견주, 중요 무형문화재 지정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등 쓰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551호로
음력 정월 대보름마다 '목신제'

▲ 면천 은행나무 목신제 행사. 당진시 제공
▲ 두견주. 당진시 제공
▲ 면천 은행나무 목신제 행사. 당진시 제공
▲ 진달래 축제 모습. 당진시 제공
▲ 면천 진달래 공원. 당진시 제공

[충청투데이] 궁예가 고구려의 혼을 세워 다시 나라를 일으키겠다고 일어 서자, 왕건, 복지겸, 신승검 등이 그 휘하에 몰려들었다. 국호는 '후고구려'(태봉, 고려로 이어짐)

그러나 날이 갈수록 궁예는 불안한 리더쉽을 보이기 시작했다. 외 눈인 궁예는 자신을 살아 있는 미륵이라 하고 황금빛 고깔에 금빛 방포를 입고 밖을 돌아다닐 때는 백마를 탔다.

915년 자기 부인을 간통한다고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자기에게 불평하는 사람도 그렇게 죽였다. 이렇게 사람을 죽일 때 동원하는 게 '관심법'(觀心法)이다. 자기는 살아 있는 미륵이어서 상대방을 보면 그가 품고 있는 생각을 다 안다는 것이다. 이 관심법에 왕건도 죽을 뻔 했다.

궁예가 이렇게 포악하게 나라를 다스리자 궁예를 왕위에서 내쫒고 왕건을 고려 태조로 추대한 그룹이 있었다.

복지겸, 홍유, 배현경, 신승검 등이 중심을 이루었는데 특히 복지겸이 그룹을 이끌었다.

복지겸(卜智謙)은 장군으로서 기병대장으로 병권을 쥐고 있었다.

그는 918년 정변을 일으켜 왕건을 고려 태조에 추대한 공로로 고려 개국 1등 공신에 봉해 졌고, 지금 당진시 면천면 일대 밭 300경을 하사 받았다. 고려시대 공신들이 하사 받은 토지로는 제일 많은 기록이다. 그만큼 복지겸 장군이 고려 개국의 공훈이 크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무공'이라는 시호도 받았다.

무공이라는 시호를 따서 면천에서 순성으로 가는 길목에 '무공사'라는 사당이 세워져 있고 유적지 내에 기념관도 품위 있게 배치돼 있다. 물론 인근의 복지겸 장군 묘소도 잘 가꾸어 져 있는데 묘 앞의 석상이 고려시대 장군의 복장을 하고 있어 보기 어려운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하여 복지겸 장군은 면천 복씨의 기조가 되었고 후손들과 당진시는 고려를 세운 공신으로서 긍지를 갖고 있다.

면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면천 두견주'다. 이 역시 복지겸 장군과 깊은 관계가 있다.

복지겸 장군이 나이 들어 면천으로 돌아 왔는데 얼마 안 있어 병이 들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약을 써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이때 따님이던 영랑이 면천에 있는 아미산에 올라가 아버지를 위해 100일 기도를 드렸다. 그랬더니 꿈에 산에 핀 진달래로 술을 빚어 100일 후에 마시도록 하고 뜰에 은행나무 2그루를 심으라는 계시를 받게 된다.

효성이 지극한 따님은 꿈의 계시대로 진달래꽃을 따서 정성스럽게 술을 빚고 마당에는 은행나무 2그루를 심었다. 이렇게 하여 복지겸 장군은 병세를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것이 요즘까지 전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두견주다.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 받았고, 2018 남·북 정상회담 때는 건배주로 채택되어 '평화의 술'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진 솔뫼를 방문했을 때 사제단 만찬주로 등장해 큰 호평을 얻었다. 이런 이유로 면천 두견주가 품귀현상을 빚지도 했다.

당진시는 면천 두견주 재능보유자들로 보존회를 만들어 세계적 명주로 만드는 노력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또한 복지겸 장군의 딸이 심은 두 그루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551호로 지정되어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고,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에는 이들 은행나무 아래에서 지역 주민들이 모여 '목신제'(木神祭)를 성대하게 개최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간략히 치러졌다.

봄이면 면천 지역에는 진달래가 유난히 많이 핀다. 낮은 개울가에서부터 기온이 올라갈수록 산 정상에 까지 불타오르듯 진달래는 꽃동산을 이룬다.

이렇게 진달래가 한창 피어나는 4월이면 당진시와 유관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진달래축제'가 풍성하게 열리는데 여기서 진달래 꽃잎으로 빚어 만든 두견주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그 술의 향기와 은근히 오르는 취기는 그렇게 멋진 추억이 된다.

<충남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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