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기획조정관

네트워크 과학은 커뮤니티, 조직, 범죄, 테러리스트, 혁신, 생태, 건강, 질병, 언어, 문자 등에 적용된다.

특히, 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전염병 확산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세우는 데도 네트워크 과학은 필수적이다. 개인이 사회적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방식에 따라 전염병 확산 패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네트워크 이론을 소개해 본다. 우선,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의 이름을 딴 던바 넘버(Dunbar Number)라는 게 있다.

소셜 네트워크 최대수가 150이란 얘긴데 아무리 발이 넓은 사람도 진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은 150명에 불과하다는 법칙이다.

그중에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까운 친구는 15명 이내, 가장 절친한 친구나 가족은 5명 정도란다. 이를 토대로 설명하는 인적 네트워크 구조는 친밀도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5, 15, 50, 150명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로마군대를 비롯한 군대조직, 회사, 정부기관, 대학연구기관 등 다양한 조직에 활용되고 있고 성과 극대화에 최적화된 숫자인 것으로 평가된다.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의 실험을 통해 밝혀진 작은 세상 현상(Small World Phenomenon)도 있다. 사람들 사이 6단계 정도의 연결고리를 거치면 모두가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현상인데 6단계 분리 법칙이라고도 한다.

아프리카 오지의 낯선 사람으로부터 아는 인맥으로 6단계만 거치면 세종시에 있는 나에게 편지가 전달되더라는 실험으로, 흔히 세상이 참 좁다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던버 넘버를 적용해 단계별로 1인당 인적 네트워크 수가 50명씩이라고만 해도 6단계를 거치면 156억 2500백만명(50×50×50×50×50×50)이 되는데 세계인구 77억명을 훨씬 초과해 버린다.

네트워크의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의 약한 연대효과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해 약한 연대는 적은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약한 연대의 힘은 친한 소수로부터 시작된 사회적 습관(Social Habit)이 또래 압력(Peer Pressure)에 의해 어떻게 광범위한 사회운동으로 확장돼 사회변혁이 이뤄지는지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다.

국가 간 공동번영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한다. 국제평화 유지를 목적으로 1945년 결성된 범세계적인 기구인 국제연합(United Nations)은 회원국 수가 193개다.

UN의 모태가 된 것은 영구 평화론을 기초로 한 칸트의 세계 평화론인데, 국가간 자유교역이 이뤄지고, 국가별로 민주주의가 정착되며, 이를 기반으로 국가간의 연합인 국제기구가 활성화된다면 세계평화가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유럽연합은 1957년 로마조약에 따라 6개국으로 출발한 유럽경제공동체(EEC)가 확장해 현재는 27개 국가가 가입해 있다. 독자적인 법률과 집행기구를 두고 1979년부터 보통선거로 유럽의회의원을 선출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을 통해 유로라는 단일화폐를 발행하기까지 끈끈한 관계로 발전했다.

미국도 독자적인 헌법과 의회를 가진 50개의 주정부로 구성된 가장 강한 연대의 연합정부로도 볼 수 있다.

행복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에서의 네트워크 구조를 상상해 본다. 세종시와 인근 도시는 대전, 천안, 청주, 공주 등 5개이고, 동심원을 조금 더 키우면 여기에 13개 시군이 추가된다. 충청권 전체로는 25개 지자체가 된다.

여기에 대전충청을 관할하는 금강유역환경청,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 20여개까지 더하면 45개가 된다. 이들 기관의 대표를 각각 2~4명씩 선발할 경우 150여명이 된다. 던바 넘버 체계와 얼추 비슷해진다.

도시간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를 구성해 발전시킨다면 충청권 공동번영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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