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일 세종시 국제관계대사

중국 우한 발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전세계가 방역에 부심하고 있다. 우한은 중국 현대사를 연 신해혁명의 도시이고 교통과 산업의 중심인 인구 천만의 대도시이다. 도시는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만큼 인문주의와 인류문명의 찬란함을 구현하는 곳이자, 금번 질병 사태에서 보듯 보건위생, 환경, 안전, 이민, 빈곤, 테러 등 인류사회를 괴롭히는 온갖 이슈도 도시가 주무대가 되는 현실에서 도시는 글로발 시대의 핵심적 장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외교는 중앙정부의 외교기관을 통한 국가외교가 대부분일 것이지만, 국제사회는 국가만이 그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웬만한 국가를 능가하는 다국적기업도 있고, 뉴욕이나 런던처럼 그 자체의 위상이 대단한 실체가 산재해 있어 다양성의 측면에서 비국가 외교의 가능성은 다대하다. 기실 근대 민족국가 시대 이전 중세 이래로 베네치아와 같은 자치도시, 영주령, 공국, 교회단체 등 비국가적 실체들이 다양한 외교활동을 가졌지만, 국제법의 비조 휴고 그로티우스의 불세출의 명작 '전쟁과 평화의 법'에서 기술하듯 신민들의 사적 전쟁(private war)을 금지하고 오직 국가만이 전쟁과 평화를 다룰 수 있는 실체가 됨으로써 20세기 국제법학자 필립 제섭이 설파한바, 비국가적 실체들은 모두 주권국가의 쇠창살(iron cage)에 갇힌 신세로 격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의 비약적 발전으로 국제적 교류가 확대되고 있는 오늘날 전체 국가와 국민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외교와 별도로 전세계 인구의 약 54%가 거주하는 도시들도 국가 외교정책의 틀내에서 자신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위 도시외교를 수행할 필요성은 점증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기획단계부터 수도권 집중의 폐해의 감소와 지역균형 발전의 현실적 구현이면서 인간 정주 및 활동을 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현대도시 계획의 정수가 적용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제 세종시도 실존 도시로서 다양한 이슈의 도전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부단히 교류, 협력하여 세종이 가진 브랜드의 인지도를 국제사회에 제고하고 세계 우수 도시의 최적 관행을 도시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세종의 도시 외교를 본격화하고 그 방향성을 잘 설정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대도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세종 신도시가 수립되었다는 당위성(raison d'?tre)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나아가 이러한 국제적 위상을 향후 발전의 피드포워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5대양6대주에 세종과 긴밀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동료 도시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가 관계국으로부터 협조를 받기 이전이라도 관련 도시간 자율적 협의를 통해 상호 저감 대책들을 소개하고 각자 실시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족도시 세종을 만들려면 구글과 같은 초거대 기업과 상대하여 첨단산업을 부흥시키며, 유엔기관을 유치해 국제적 정책과 행정 그리고 이벤트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국제적 인지도를 가질 수 있는 가칭 "Sejong Jazz Festival"과 같은 음악, 영상 등 문화 아이콘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는 최근 대전광역시가 총회를 유치한 세계지방도시연합(UCLG)과 같은 도시 자체가 형성한 국제적 외교단체도 있고, 금월 세종 대표단이 참석하는 유엔 인간정주계획(UN-Habitat) 산하 세계도시포럼(World Urban Forum) 등 대규모 도시 외교협의체가 인간과 도시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주고 있어 도시의 외교공간은 하기 나름이지만 충분하다고 본다. 2만명 이상의 전세계 도시 대표들이 참석하는 금번 세계도시포럼에서 세종시는 자체 홍보 부스를 세우고 다양한 이벤트와 회의에 참석해 홍보하고 특히, 금년 10월 세종시가 주최하는 스마트시티 국제포럼을 국제적으로 알리며, 또한 세종시가 주도하는 행정수도들간의 국제적 모임인 세계행정도시연합(WACA)도 소개하여 그 외연을 확장해 나가야 하겠다. 부단히 국제사회와 호흡하면서 행복도시의 브랜드를 형성하고 품격있는 글로발 도시로 거듭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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