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철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불명 폐렴의 집단 발병으로 시작된 코로나19 전염병이, 중국 주변의 아시아 국가는 물론 유럽·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달 중순까지 안정세를 보이다가, 신천지 예배장소와 연관된 지역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최근 확진자가 1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어려움을 견디며 반등을 기대하고 있던 한국 경제에 돌발 악재가 나타난 것이다.

과거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주었던 사스·신종플루·메르스 전염병 사례에 비춰보면 이번 사태가 미칠 사회·경제적 파장에 걱정이 앞선다. 마스크 같은 위생용품을 사재기 한다는 소문도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건전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인류 역사의 측면에서 전염병은 끊임없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해 왔다. 그 중에서 흑사병으로 불렸던 페스트는 가장 악명 높았던 전염병이다. 페스트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성경에서도 나타나고 기원전 5세기경 아테네 지도자 페리클레스를 죽인 아테네 역병, 2세기경의 로마제국의 역병, 14세기경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 등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한 페스트로 당시 인구의 1/3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대인들은 페스트의 발병 원인이나 전파 경로를 알아낼 길이 없었다. 악의적 소문을 이유로 애꿎은 희생양을 찾았다. 페스트를 둘러싼 소문은 실제 전염병의 발병 속도보다 더 빠르게 확산됐다. 무고한 유대인들이 잔인하게 학살됐고 외국인·부랑자·순례자 등이 폭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전염병은 때로는 역사를 바꾼다. 1346년부터 약 8년간 페스트로 인해 중세 유럽 사회는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사도 달라졌다. 벽돌공·목공 등 기술자들의 인력난으로 임금이 상승했고 주민들의 이탈로 인해 영주들은 대규모 경작지를 새롭게 재편했고 농민들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도 불사했다.

곡식 재배에 사용할 토지를 메리노양 방목이나 염료식물 재배를 위해 전용할 수 있는 토양으로 제공해 양모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중세의 장원경제가 붕괴하고 봉건 영주와 교회를 대신한 강력한 왕권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전염병의 확산은 다른 재난과 달리 국가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더 크다. 감염 원인을 몰랐던 중세시대와 달리,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체를 잘 알고 있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두려울 수밖에 없지만, 이것도 결국 끝나게 된다.

알베르 카뮈는 그의 소설 ‘페스트’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결코 무릎 꿇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의사 리유와 친구 타루를 통해 억누를 수 없는 하나의 긍정을 담아내고 있다.

우리도 사스·메르스를 이겨낸 것처럼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당분간은 과장된 걱정에서 벗어나 마스크 착용과 비누로 손발을 잘 씻는 것이 전염병 예방의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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