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신성대 현장실습지원센터장·간호학과 교수

최근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에 비하면 치사율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감염자 한 명에서 2차 감염자, 3차 감염자로 확산되는 것을 보면 전파력은 메르스를 능가한다. 더욱이 자고나면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감염 확진자의 이동 동선이 공개될 때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아니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초중고교 개학이 연기되고 부산 자갈치 시장은 75년 만의 휴업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관련 산업분야의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오늘날은 치명률이 높은 질환은 암처럼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보건의료가 발달되지 않은 예전은 급성 전염성 질환이 치명률 높은 질환이었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알 수 있다. 모두에게 익숙한 질환인 콜레라이다. 콜레라의 역사적 배경은 역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1854년 영국 런던 소호(Soho)의 브로드가를 중심으로 콜레라라 다수 발생하였다. 당시 의술이 발달하지도 않았던 시대라 콜레라 균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던 때였는데, 의사 존 스노우가 콜레라 발생한 가구와 환자수를 지도에 표시하여 분석한 결과 식수원 펌프를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했음을 밝혀내었다. 존 스노우는 지역사회를 설득해 식수원이었던 펌프를 폐쇄하였고 이후 콜레라 유행이 수그러들었다. 이렇듯 1800년대만 하더라도 취약한 공중보건위생으로 인한 급성 감염성 질환 유병률이 높았던 시대였지만 최근 경제발전 및 생활수준의 변화로 기대수명도 늘어나 질병 양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보험회사에서 암 보험 가입을 설득하는 말로 '옛날엔 사람 셋이 걸어가면 그 중 한명은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요즘은 셋이 걸어가면 그 중 한명은 암 환자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생활 패턴 및 환경 변화로 인한 질환들이 증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얘기다. 그러나 이젠 암도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어느 정도 정복되었고, 특히나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치료수준을 가진 위암 5년 생존율은 75.8%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제 다시 감염성 질환의 시대가 다시 도래된 듯하다. 향후 암 같은 난치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만성질환이나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제 그 변화의 시점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손씻기, 기침예절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 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게 되어 있고, 감염병 환자 등이 있는 장소에 들어가 조사를 하거나 진찰을 하고, 동행하여 치료, 입원 받게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지금 우리는 존 스노우처럼 역학조사부터 시작해야하는 단계가 아니다. 이미 밝혀진 예방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잘 따르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밝혀졌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이 되었다면 대응지침에 따라 철저히 자가 격리하고 관련 통제기관의 지시를 따라야만 한다. 증상이나 자신의 이동 동선을 은폐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감염자 한 명이 전파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철저한 행동수칙, 통제에 따르는 것만이 현재로선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영화 '감기' 에서도 감염성 질환으로 온 나라가 비상사태에 빠지고 도시 전체를 격리하는 상황에 마치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미리 예견한 듯하다. 영화에서도 슬기롭게 극복하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 것처럼 우리도 작은 행동수칙부터 잘 지켜 이 어려운 상황을 잘 마무리 짓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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