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코로나19 사태가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주일 만에 전국으로 확산했다. 대전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불렸지만, 25일 현재까지 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심각 단계 발령은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향후 확산세와 피해 규모를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 위기도 모두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위기에서 더 빛나는 우리의 저력을 알기 때문이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그리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도 초기의 혼선을 극복하고 무사히 극복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봄, 초대형 산불이 강원도를 할퀴었을 때도 민·관·군이 하나로 똘똘 뭉쳤기에 대규모 재난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다.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며칠 동안 매일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속출했다.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대구·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본격적인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하느냐의 갈림길에 우리는 서 있다. 위기 때마다 힘을 합쳐 발휘했던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때다.

이미 발휘하고 있다. 얼마 전 대구·경북으로 향하는 구급차 행렬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코로나19의 최전선이자 1차 저지선인 이곳을 지켜야 한다는 각오로 자원한 의사, 간호사 등 전국 의료 인력도 속속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족들이 걱정할 것을 염려해 주변에는 차출됐다고 말하고 한걸음에 대구로 달려왔다는 한 공중보건의 언론 인터뷰는 이들이 어떤 각오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SNS에는 #힘내라 대구경북, #힘내라 대한민국 등의 해시태그 응원도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방역 당국과 의료진은 물론 지역주민과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당장은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힘을 합치면 이겨내지 못할 위기는 없다. 무엇보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혐오와 불신이 아니라 협력과 신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대전 서구도 언제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비장한 각오로 지금의 사태에 임하고 있다. 지자체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 만큼 이달 초부터 가동 중인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서구보건소는 일반진료를 전면 중단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대전시 등과의 긴밀한 협력체제도 구축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정부와 지자체, 의료진의 노력을 믿고 적극 동참하는 지역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기회를 빌려 감염병 확산 방지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모든 보건의료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도 협력과 신뢰의 시민 정신을 발휘한 모든 지역민께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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