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C&E/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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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99%를 중독시킨 물질. 영화 '다크 워터스'의 카피는 궁금증을 자극한다.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 분)은 1998년 파트너 변호사가 된 날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온 농장주 윌버 테넌트로부터 소송 의뢰를 받는다. 농장의 소들이 이가 검게 변색되고 갑자기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 망설이던 롭은 소들의 떼죽음에는 미국 최대 화학 기업 듀폰의 화학물질이 있다고 생각하며 소송을 맡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진실이 드러난다. 듀폰이 배출한 화학물질은 마을 사람들의 중증 질병, 여직원의 기형아 출산 등과 연관돼 있었다. PFOA라 불리는 이 물질은 과거 군사 무기에 사용됐었지만, 현재는 프라이팬, 콘택트렌즈, 유아 매트 등에 사용되는 '테프론'의 원료라는 사실을 알고 롭은 큰 충격에 빠진다.

롭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듀폰사는 소송을 질질 끌고 소송 때문에 듀폰사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마을 주민들은 롭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롭을 믿어줬던 아내 사라(앤 해서웨이)와 상사 톰(팀 로빈스)도 지쳐가고 롭은 커리어와 건강, 가족까지 위협받는다.

한 개인이 거대 권력에 대항해 싸운다는 줄거리는 익숙하다. 그러나 영화는 개인이 극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느낄 수 있는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십년간의 소송으로 지쳐버린 롭과 그의 가족, 그리고 피해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개인이 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걸 보여준다. 대기업이 만든 화학 물질이 피해자들의 건강을 파괴했다는 사실이 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연상시키면서 가슴은 더 답답해진다.

실제 사건의 인물들이 등장해 영화의 바탕이 실화임을 일깨운다. 듀폰의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독성물질에 노출된 여성에게서 태어난 버키 베일리가 본인의 역할로 출연했으며 이밖에도 실제 인물들이 단역과 엑스트라로 얼굴을 비춘다.

주연을 맡은 마크 러팔로는 열성적인 환경 운동가로, 뉴욕 타임스에 실린 관련 기사를 접한 후 영화의 제작 단계부터 참여했다. 연출을 맡은 토드 헤인즈 감독에게 직접 각본을 보내기도 했다.

마침내 사건이 시작된 지 20년 만인 2017년, 듀폰에 8천억달러의 보상금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이후 롭 빌럿은 듀폰 외에도 3M, 케무어스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11일 개봉. 12세 관람가.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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