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계약 파기할 경우 계약금 2배 물어야 하지만 집값 상승분이 더 커 이득
매수인, 이사 갈 집 없어지고 중개수수료 등 떼면 손해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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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 지난달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아파트 전용면적 85㎡의 분양권을 7억 5000만원에 계약한 매수인 A씨는 최근 중도금 지급일을 앞두고 집주인 B씨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당했다. 한 달 새 집값이 1억원 넘게 오르면서 B씨의 마음이 변한 것이다. B씨는 A씨에게 계약금의 2배인 5000만원을 배액배상하더라도 집값 상승분 5000만원을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봤다.

최근 대전 지역 일부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집을 내놓은 집주인이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고 해지하는 배액배상이 잇따르고 있다.

계약금 수천만원을 상환하더라도 집값 상승분이 더 크다는 점 때문에 집주인이 매도에서 보유로 변심하는 것으로 계약 파기를 당한 매수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4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배액배상은 민법 제565조 제1항 해제권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조항에서는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받기 전이라면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것.

계약을 해지당한 매수인들은 울상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배액으로 상환받더라도 경우에 따라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C씨의 사례가 그렇다. C씨는 서구 둔산동의 한 구축 아파트에 대한 매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넣었지만 그 후 1억원 이상 집값이 오르자 매도인이 계약금의 2배인 8000만원을 배액배상하고 계약을 파기했다. 문제는 계약 파기로 이사 갈 집이 없어진 C씨 역시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매매 계약을 파기해 배액상환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

여기에 더해 C씨는 받은 배액배상금에서는 세금까지 떼고 양쪽 부동산 중개수수료까지 지급해주다 보니 소득은 커녕 마이너스인 상황에 몰린 셈이다.

C씨 사례처럼 계약서 작성 이후 기존 집에 대한 처분 절차를 밟는 상황에서 배액배상이 이뤄지면 금전적 이득보다 후속조치에 더 큰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식 계약서를 쓰기 전인 가계약에 대한 배액배상 분쟁도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법적으로 가계약은 존재하지 않지만 계약서를 쓰지 않더라도 당사자 간 합의한 내용을 증명할 수 있다면 계약으로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가계약금에 대한 배액배상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인 간 매듭이 지어지지 않을 경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배액배상으로 인한 계약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선 계약 전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해둘 것을 조언하고 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대전시지부 한 관계자는 "매수인 입장에서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선 계약금을 높게 설정하거나 중도금 지급 시점을 최대한 당기는 것이 좋다"며 "가계약의 경우도 구두는 어렵지만 당사자 간 문자나 간이양식을 통해 가계약서를 만들어 합의하면 법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짧은 기간이라도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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