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낙원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청소년영화제, 18년간 대전서
예산삭감 등 비협조적 태도에
지난해 양평行… 4000명 몰려
“성공 기쁘지만, 한켠엔 씁쓸”

▲ 성낙원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 성낙원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충청투데이 송해창 기자] “다시 대전에 돌아오고 싶습니다.” 성낙원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푸념이다.

성 집행위원장은 2001년 대전에서 ‘제1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를 개최했다. 이후 2018년 제18회까지 대전에서만 영화제를 열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한 회 평균 500여 편이 넘는 작품이 출품됐다. 1000여 편이 넘는 영화가 접수된 해도 다수다.

‘영화인의 요람’으로 불리며 매년 수천명의 영화계 관계자, 감독 꿈나무들이 대전을 찾았다.

그러나 지난해 제19회 영화제는 대전이 아닌 경기도 양평에서 막을 올렸다.

이유를 설명하는 성 집행위원장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양평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은 많았다. 지원액으로만 수십억원을 제안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양평의 진심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전했다.

실제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를 유치하기 위한 각 지자체의 물밑작업은 치열했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동원해 성 집행위원장을 설득하기도 했다. 금액 외에도 향후 계획까지 제시하며 마음을 돌리려 한 곳도 다수였다.

하지만 성 집행위원장은 단호했다. 그는 “대전을 영상산업도시로 만들고 싶었다. 제1회를 엑스포과학공원에서 개최한 것도 대전의 상징과 부합시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며 “지난해에도 대전에서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에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지원액도 매년 1000만~1억원 등 차이를 보였다. 지원액은 해를 거듭할 수록 뚜렷한 이유없이 삭감됐다. 시의 행태에 영화인 사이에서는 “도움도 안 되는데 자존심만 상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이에 몇 해는 시의 지원없이 영화인의 출자와 투자 등으로 영화제를 치르기도 했다.

성 집행위원장은 “힘들 때마다 처음 목표만 되뇌었다. 대전시가 영화인들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난해 전문 영화인도 아닌 기획사가 진행하는 행사에 3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더라. 그때 대전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양평에서 열린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에는 모두 551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개막식에는 40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문화 향유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 집행위원장은 “개막전이 끝난 후 양평군수가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고맙다’는 말도 수없이 반복했다”며 “영화제의 성공은 기뻤지만 마음 한편에는 씁쓸함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성 집행위원장은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를 다시 대전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산업도시를 위해서는 청소년 영화인이 대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에서 영화를 찍고, 출품하면 대전에 애착이 생긴다”며 “대전을 제2의 충무로로 만들 확신이 있다. 대전시가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에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해창 기자 songh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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