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성 영동와인연구회 회장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은 봉준호 영화감독이 자신의 멘토였던 마틴 스콜세지감독에게 아카데미상 수상소감 중 경의를 표하며 했던 말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말이다.

20여 년째 영동와인을 만들어 오고 있는 필자는 이 말을 'The most local is the world(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또는 'The most local wine is the world wine(가장 지역적인 와인이 가장 세계적인 와인이다)'란 말로 바꾸어 모토로 삼고, 영동의 풍토(떠루아)와 땀과 희망을 담아낸 영동와인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지난 십 수 년 간 영동지역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 최대 와인생산지이자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한국와인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그 가치와 중요성이 날로 커가고 있다. 이제 영동와인은 영동군을 홍보하는 소중한 매개체뿐만 아니라, 한국와인을 홍보하고 이끌어가는 든든한 일꾼이기도 하다.

와인은 상품이자, 문화를 담아내는 소중한 그릇이기도하다. 한 병에 몇 천 원하는 마트의 값싼 와인에서 몇 천만 원 하는 로마네꽁띠 같은 와인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하다. '술은 그 나라의 문화의 척도'란 말도 있다.

영동와인이 짧은 역사에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앞으로의 성장에 더 주목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었던 영동군의 여러 요인 중 산·학·연의 성공적 모델에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중 오늘은 연구와 후진양성, 지역사회에 헌신해왔던 유원대학교 와인발효학과(현 와인식음료학과)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07년 개설 이후, 전국 유일의 와인전문 4년제 학사과정을 운영하면서, 매년 많은 와인관련 학생들을 배출했으며, 영동군과 협업으로 와인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양조반, 소믈리에반, 와인체험투어반을 매년 운영해 와인문화의 저변을 넓혀왔다. 초기 영동와이너리농가들과 함께 밤을 낮 삼아 연구하고, 현장을 찾아 고민과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현장지도,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면 함께 테이스팅하고, 토론하며 쌓아온 것들이 현재의 영동와인을 만들었다. 영동와인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와 같다. 이제 와인산업화란 험난한 여정을 시작할 때가 됐다.

나그네가 길을 나설 때, 먼저 신발 끈을 동여맨다. 여행을 준비하는 나그네처럼,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마음을 다잡고 영동와인의 비상을 준비하는 이때, 유원대 와인식음료학과가 폐과 돼 2020년 신입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영동군이 인구감소문제로 고민하는 것처럼, 유원대도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에 위치한 대학이 갖는 어려움 등으로 학생모집이 원활하지 않아 폐과하게 됐다고 한다. 학교가 지역공동체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작은 시골초등학교 하나가 폐교돼도 그곳에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고, 종래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곳이 어디 한 두 곳인가? 하물며 유원대 같은 지역대학교가 끼치는 영향은 상상할 수 없이 막대하다 할 수 있다.

유원대의 경쟁력을 키우고 발전하는 문제 등은 유원대 관계자들의 문제라고 외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래에는 이런 외면이 영동시내에서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고, 그것이 우리의 민생고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와인식음료학과는 영동와인산업의 엔진과도 같은데 신입생 감소로 폐과됐다고 하니, 영동와인연구회와 지역민, 유원대 등이 서로 지혜를 모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소망한다. 이런 고민이 해결돼 영동와인이 'The most yeongdong wine is the world wine'이란 말을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하고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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