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욱 한밭대 총장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꽤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 용어는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처음 언급하였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인이나 미국인을 만나서 ‘4차 산업혁명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한국 사정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슷한 개념의 다른 용어들이 나라별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일본에서는 소사이어티5.0,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이 비슷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우리가 사용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4차 산업혁명은 정말 혁명이라고 불릴만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는 요즘 산업의 변화는 충분히 혁명적이어서 그렇게 불러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혁명적인 변화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1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 세계 기업의 기업가치 순위를 보면 석유회사인 사우디의 아람코와 버크셔해서웨이 및 JP모건체이스 두 개의 금융기업을 제외하고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모두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는 비제조업 기업들이다.

그리고 이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들이다. 그렇다. 이렇게 이제는 제조업보다는 사람, 사물, 기업, 서비스 등을 초연결시켜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큰 산업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대표분야인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은 세계 수요의 감소에 따라 위축되어가고 있다. 생명공학 및 화학소재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약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전통 산업들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새로운 산업으로 대체되고 있으니 이 상황을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한다.

새로운 산업의 발전은 기존 산업과 이해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기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의 진입을 막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오히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다만, 신산업의 발전을 장려하는 대신에 기존산업의 몰락으로 피해를 보는 관계자들을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하는 일은 꼭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이 4차 산업혁명이 온 국민이 위협으로 느끼기보다는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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