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미술관은 수집가, 후원자와의 상생관계가 중요하다. 미술품 수집가는 예술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미술관은 미술품 수집가를 양성해야 한다. 미술시장의 활성화는 공급시장을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품을 수집하는 미술품 수요자를 확대하는 것이 예술계의 활성화에 더욱 중요하다.

내가 근무했던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은 미술품 수집가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일을 중요과제로 한다. 큐레이터의 중요임무 중 하나는 좋은 미술품 수집가를 발굴해 다양하게 지원하고, 다시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미술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미술품 수집가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 도시의 문화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젊은 미술품 수집가를 키워야 한다.

젊은 수집가와 큐레이터는 문화를 다양하게 만드는 문화동반자의 관계다. 큐레이터는 젊은 수집가들이 향후 20년~30년 미술품을 수집하는 것을 함께 도와주면서 동반 성장한다.

수집가 양성을 한국에도 적용할 때가 됐다. 돈이 많지 않아도 좋다. 1년에 한 점의 미술품을 구입해도 좋다. 꾸준히 20~30년이 흐르면 어느새 좋은 수집가로서, 미술의 토대 안정에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미술품 수집은 돈이 많아진 노년기에 갑자기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품 수집가는 미술관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미국 미술관은 후원자교육을 큐레이터의 중요역할로 꼽는다. 경제력이 있는 미술품 수집가를 교육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예술 커뮤니케이션이다. 전문 큐레이터는 각 후원자의 성향과 애호분야에 맞춰 자문한다.

이미 수집한 예술품에 대한 정보를 주기도, 앞으로 수집할 작품에 견해를 내기도 한다.

큐레이터가 미술관 후원자를 지원하는 것은 문화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이다. 미국의 아시아 미술 후원자 중에는 수집 전문분야를 가진자들이 많다. 중국가구, 일본현대도자, 아시아 근대엽서 등이다.

그러나 한국미술을 모으는 수집가 혹은 후원자는 많지 않다. 아쉬운 점이자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 미국은 미술관 후원자를 재정적 기여도에 따라 미술관 위원회로 위촉한다. 소액은 후원회 멤버십, 많은 액수는 상임위원회 등으로 위촉한다.

주요 미술관의 상임위원 중에는 대규모의 기부금을 예치해 그 이자로 큐레이터를 채용하거나,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미술관 큐레이터의 명칭 앞에 기부자를 기념하기 위한 이름을 붙인다. 록펠러 가문은 2007년 하버드대학 미술관에 존 록펠러(John D. Rockefeller Jr.)의 아내인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Abby Aldrich Rockefeller, 1874~1948)를 기념하고자 했다. 이에 록펠러 큐레이터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부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미술관은 위원회와 후원회가 별도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미술관 위원회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문역할을 맡는다. 위촉직으로 임기를 갖고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나 반드시 재정적으로 미술관을 후원하지는 않는다.

반면 미술관 후원회는 미술관을 지원하는 문화기반의 역할을 맡는다. 회비제로 미술관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경제적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미술관도 적극적으로 수집가와 후원자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예술경영의 다양한 전략을 세울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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