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계 입양아 출신 조아킴 손 포르제 하원의원. 연합뉴스

"20대 국회 임기 4년 동안 신선하고 즐거운 소식이 많이 들려왔으면 합니다. 밤을 새우며 상정할 법안을 연구하는 의원회관 불빛, 캐주얼 차림으로 자전거나 낡은 자동차로 등원하는 의원들의 소신 있는 모습으로 팍팍하고 지친 국민들에게 전해지는 희망과 위로의 신선한 충격을 기대합니다."

20대 총선 후 2016년 4월 15일자 이 컬럼 졸고의 끝 대목이다. 당시에는 그만큼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컸고 실제 그런 조짐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혹시가 역시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중, 후반 들어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오명으로 온갖 비난과 질타, 환멸 속에 이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열기가 달아오른다. 올 4.15총선이 끝난 다음에도 이런 희망 섞인 메시지를 또 날려야 할까.

그 어느 때보다도 세대교체, 전폭적인 물갈이,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요구가 가열 찬 이즈음이다. 나이로, 선수(選數)로 구분 짓는 물리적인 교체가 반드시 합당하지는 않다 해도 우리 정치풍토에서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뽑힌 경력이 많을수록 경륜과 지혜보다는 편법과 술수, 노회함을 바탕으로 자신과 측근, 소속정당의 잇속을 챙기기 쉽다는 것이 아쉽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최근 반세기 동안 보여준 세대교체, 젊어지는 추세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1958년 제5공화국 수립 이후 드골, 퐁피두, 데스탱, 미테랑, 시락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약 50년 동안은 19세기 끝 무렵∼1930년대까지 출생한 인사들이 대권을 잡았다. 더구나 7년 임기에 재선이 허용되니 최대 14년이라는 장기집권도 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21세기 들어 뽑힌 사르코지, 올랑드 전 대통령은 모두 1950년대 출생으로 일약 수십 년이 젊어졌다. 두 사람 모두 재선에 실패했는데 2017년 당시 39살 마크롱 현 대통령을 뽑아 급격히 더 젊어졌다. 근래 한국계 입양아 출신 조아킴 손 포르제 하원의원이 다음 대선후보군으로 회자된다고 한다. 1983년생이니 이제 37세, 명문 그랑제콜을 졸업하고 의사생활을 하던 그가 프랑스 해외영토 할당 하원의원으로 뽑혀 주목 받고 있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2022년 39세로 프랑스 대선에 나설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 세계 정치리더는 급격히 젊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위적 조치 없이도 자연스럽게 세대가 바뀌고 물갈이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국민의 의식과 선택, 깨어있는 민의의 엄청난 위력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님을 확인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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