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D-54
“경선없이 공천배제 무소속 출마”
이장섭 세대교체 전략 공천 유력
민주당 청주서 친문 라인업 구성
국정안정 대 정권심판 화두 윤곽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지역 '4·15 공천전쟁'의 첫 뇌관이 청주 서원에서 터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친문핵심인 이장섭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세대교체몫' 전략공천자로 사실상 확정됐다. 서원에서 내리 4선을 기록한 오제세 의원은 컷오프(공천배제)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의 전략공천이 확정될 경우 청주권 총선판에 ‘국정안정 대 정권심판’ 화두가 놓여질 전망이다.

20일 민주당 일각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오 의원을 컷오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청주권 총 4곳 가운데 최소 1곳은 유력 신진인사를 공천해 청주권 전역에 '역동성'을 확보해야 하고,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게 배경이다.

공관위는 이 전 부지사의 전략공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른바 국정운영의 삼각축인 '문(文)·정(丁)·노(盧)'와 정치적 인연을 맺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산업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했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시절 정무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주 흥덕에서 국회의원(17~19대)을 할 때 줄곧 수석보좌관을 맡아 '노(盧)의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직 공관위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오 의원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 의원은 19일 동료 의원들에게 "노영민 보좌관 출신 이장섭이 기어이 오제세를 컷오프 시키려 한다. 오만한 권력이 눈이 멀어 날뛰고 있다"고 문자를 보낸 데 이어 20일에는 컷오프할 경우 무소속 출마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도 포함된 상태다.

이 전 부지사는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 또 한번 생각이 난다"며 "신념을 갖고 서원구 이곳 저곳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열심히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벌써 집권 후반기에 접어 들었다"며 "총선을 통해 정권이 안정 속에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관위는 21일 회의를 열어 청주 서원 등의 공천방법 및 공천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여야가 청주권에서 국정안정 대 정권심판이란 각각의 카드로 '맞불전(戰)'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4곳 가운데 흥덕은 문재인 정권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의원의 단수공천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가 서원 공천장을 받으면 청주권 내 여당 절반이 '친문진영'으로 짜여지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김형근·정정순·이현웅 3인 경선지역으로 결정된 상당 선거구는 김형근 예비후보와 이현웅 예비후보가 민주화 운동권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2인자'로 꼽히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충북 연고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의 보은·옥천·영동·괴산 출마를 거론하며 민주당이 청주권을 친문 라인업으로 구성하면 충북 전역으로 '안정 대 심판'의 화두가 번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정권심판론 카드를 제시했다. 정우택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위원장(청주 상당)은 지난달 15일 신년인사회에서 "충북에서 8석 전석을 확보해 정권심판론과 한국당의 총선승리 기폭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고, 12일 페이스북에는 '주 52시간이 부른 경제 참사'란 글을 적기도 했다.

앞서 도당위원장 취임사의 일성(一聲) 역시 정권심판이었다. 미래통합당 출범의 추진체였던 혁신통합추진위 전략단장출신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는 17일 흥덕 출마를 선언하며 '정권실세 도종환 대 대통합 메이커 신용한' 구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4·15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판'의 화두가 서서히 윤곽이 잡히고 있는 가운데 총 8곳 중 단 1곳도 아직 공천자를 확정하지 않은 미래통합당이 어떤 공천안으로 민주당에 맞설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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