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의 충청 역사유람>
<65> 人物의 고장 靑陽
역대 국무총리 3명 배출한 청양
조선왕조 채제공 합치면 4명인 셈
국회의원·장관·단체장 등 다수
언론계 주요 인사도 대거 포진

▲ 풍수지리를 하는 사람들은 청양 칠갑산 주변에 일곱 곳의 명당이 감춰져 있어 칠갑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졌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청양에는 옛날부터 인물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여 '인물의 고장'이라 했다. 사진은 칠갑산 전경. 청양군 제공
▲ 채제공 영정사진. 청양군 제공
▲ 최양업 신부. 청양군 제공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대던 산새 소리만/ 어린 가슴속을 태웠소…

주병선이 불러 국민가요가 될 만큼 히트를 한 '칠갑산'이다. 요즘 다시 전국을 휩쓰는 트로트 열풍을 타고 '칠갑산'은 노래방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과연 칠갑산은 이렇게 가슴속을 태우며 눈물을 뿌리는 한 많은 산일까? 하지만 이건 노래의 가사일 뿐 칠갑산의 모습은 아니다. 동에서 서쪽으로 내달리는 차령산맥의 중심에 자리 잡은 해발 561m의 험준한 산… 그래서 칠갑산을 에워싸고 있는 청양군을 충남의 알프스라고 부를 만큼 아름다운 청정의 땅이다.

풍수지리를 하는 사람들은 청양 칠갑산 주변에 일곱 곳의 명당이 감춰져 있어 칠갑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졌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청양에는 옛날부터 인물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여 '인물의 고장'이라 했다. 정부 수립 후 사법 행정고시 합격자가 95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인물의 고장'을 실감케 한다.

대표적 인물이 채제공(蔡濟恭). 1720년 청양 화성면 구재리에서 태어난 그는 영조와 정조 두 임금을 거쳐 나라의 개혁과 중흥을 이끈 인물로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일 때 이를 강력하게 반대한 일화로 유명하다. 훗날 정조가 각별히 채제공을 챙긴 데는 이런 사연도 게재됐을지 모른다.

그는 경기도 관찰사, 예조판서, 한성판윤, 우의정, 좌의정 등을 역임했는데 특히 좌의정 3년 동안 우의정이나 영의정도 없는 홀로 정승 반열을 지켰을 만큼 임금의 신임은 물론 정치력이 대단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천주교 신부가 된 최양업도 청양 화성 출신이다. 이곳 화성면 매산리는 송요찬 장군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그는 국립묘지에 안장하길 거부하고 고향 선영에 잠들 만큼 고향을 사랑했다.

송요찬 장군은 6·25때 원산, 함흥을 탈환한 명장이었으며 4·19혁명 때는 육군 참모총장 겸 계엄군 사령관임에도 학생 데모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아 혁명을 가능케 했다. 5·16 후에는 국무총리에 해당되는 내각수반 겸 외부장관, 경제기획원장관을 맡아 혼란기의 정국을 잘 이끌었다. 그러나 한때 박정희 대통령과 갈등을 보여 옥중에서 대통령 출마를 결행하기도 했으나 다시 협력관계로 돌아왔다.

총리로서 송요찬 장군 말고도 지금 민주당 대표로 있는 이해찬 의원도 이곳 청양 출신. 청양면장 아들로 통하는 그는 참여정부에서 36대 국무총리를 지냈고 청양 비봉면 출신의 이완구 씨는 박근혜 정부에서 43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민선 충남도지사에 당선, 재임 중에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을 정부가 밀어 붙이자 이에 저항, 임기를 남겨 놓고 사임했다.

그러니까 청양에서 국무총리를 3명 배출했고 조선왕조 때 채제공까지 하면 4명이 나온 셈이다. 이렇게 많은 인물이 한 지역에서 쏟아진 곳은 거의 없다.

4·19 후 내무장관 국회 부의장 등을 지낸 이상철, 5·16 후 검찰총장 법무장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장영순, 대법관 조용호, 노동부장관 이형구, 건설교통부장관 정종환, 국회의원과 특임장관을 지낸 고흥길, 역시 청양이 고향이다. 국회의원과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최창규, 고향을 떠나 인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윤상현(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탁구의 여왕 이에리사,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동구 출신 이장우 의원 등이 모두 청양 출신.

언론계도 충청투데이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한 이원용, 대전일보 사장을 지낸 안세영, 윤종서,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을 역임하고 관훈클럽 총무를 지낸 김언진(선진)이 있고 금융계에도 상업은행장을 역임한 배찬병, 투자신탁사장 윤광순, 동부증권 사장 김호중, 축협 중앙회장 명의식, 코리아나 화장품 회장 겸 수필가 유상옥, 서승진 산림조합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군부에도 송요찬 육군대장 외에 이용대(육군 소장), 김용식(육군 준장), 이용석(공군 준장), 이명옥(육군 준장), 한영규(공군 소장), 최항기(공군 소장), 이상구(공군 준장) 등을 열거할 수 있다.

KBS-TV '진품 명품'의 서예가로 나오는 김선원 씨도 청양 출신이다.

지방자치 단체장으로는 직할시 시절 초대 대전시장을 지낸 이봉학, 충남지사 이완구 씨가 있고 기초단체장과 도청, 군청 등 간부급에도 청양 출신이 많이 포진해 있다.

<충남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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