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18일 기준 서른 한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중 벌써 여러 명이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대응과 대처가 순조롭게 이뤄져서 치료 중인 확진자들도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아직도 검사가 진행 중이고 다수의 접촉자가 자가 격리 등의 조치 중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전시민은 걱정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2015년 대전은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구입하고, 예방 행동수칙을 생활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경험은 큰 교훈을 주고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상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발생 시 환자의 신속한 격리, 치료 및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지정 음압 입원치료병상을 추가로 확충했다. 2017년 발행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과 관리 지침’에 따르면 전국 19개 병원에서 29개로, 118개였던 병상 수가 194개(1인실은 39개에서 135개)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대전도 충남대병원에 기존 5개였던 병상이 8개로 증가했다.

지난 9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역사회 확산에 대비해 1단계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2단계로 지역별 거점병원과 감염병 관리기관 등 공공병원 음압병상 및 지방의료원·군병원을 활용하는 선제적 대응계획을 세웠다. 메르스 사태 후 확충한 병상이 동원된 것이다.

대전은 충남대병원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건양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은 거점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황은 지방의료원이 입원 치료병상 및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돼있는 타지역과는 다른 양상이다. 대전이 공공의료원이 없는 도시란 뜻이다.

이번 코로나19 확진 환자 31명 중 12명은 중앙과 지방의료원에서 완치됐거나 치료를 받고 있다. 사실상 공공의료원이 감염병 치료를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3개 시도에 34개 지방의료원이 있다. 이들 지방의료원은 각종 재난, SARS와 메르스 발병 등과 같은 중요 전염병 발생 시 국가적 위기 상황에 앞장서 대응해왔다. 그 외에도 민간 공급이 부족한 필수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의료급여 등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 기능, 국가적 재난 발생 시 거점치료병원 역할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의료시책 수행 등이 주요 역할이다.

요즘처럼 신종 감염병이 발병하는 상황에는 그 역할과 기능이 더욱 중요해진다. 지역 감염병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대전도 시민의 숙원이었던 대전의료원의 설립을 위해 공을 들였다. 노력 끝에 2018년 기재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확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타 조사가 수개월에 걸쳐 진행 중으로, 지금까지 멈춰있는 상태다.

그 사이 또다시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다. 여전히 지방의료원의 부재는 지역사회를 불안케 하는 요소이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일은 그 어떤 정책보다도 앞선 순위여야 한다. 하물며 국경을 초월해 시시각각 전파하는 감염병 앞에 경제성과 정책성 문제로 지지부진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공의료원은 재난이나 감염병이 발생하는 위기가 닥쳤을 때 최전선에서 차단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150만 시민의 안전을 컨트롤할 대전의료원이 설립돼야 하는 이유다. 더 이상 대전의료원 설립을 기다리는 대전시민의 숙원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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