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상 단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한국베크만광의료기기연구센터장
얼굴·목에 발생… 유럽내 암발병률 7번째男 많고, 음식 섭취문제·미용적부분 고통
흡연·과음 자제하고 초기 적절치료 필요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얼마 전 목에 생긴 멍울이 한 달 동안 없어지지 않는다며 외래를 방문한 30대 환자. 더불어 구강염 증상이 지속되고 음식을 삼키는 것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 환자의 진단 결과는 두경부암의 한 종류인 인후암이었다. 환자는 생각지도 못한 두경부암 진단에 매우 당황해 했다. 하지만 다행히 조기에 발견돼 치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일반적으로 두경부암은 얼굴과 목에 발생하는 다양한 암을 총칭한다. 두경부라 하면 중국, 일본이나 서양 사람들은 글자만 보고도 이해하기 쉽지만 우리말로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명칭이 된다. 일반적으로 폐암, 위암, 유방암처럼 암이 처음 발생한 부위인 원발부의 이름을 따르는 것과 달리, 두경부암은 다양한 원발부가 섞여 있어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특히 두경부암의 발생 부위는 숨쉬고, 말하고 냄새 맡고 음식을 삼키고 맛을 느끼는 등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핵심역할을 하는 오감기관들이기에 우리 일상과도 상당히 밀접한 질환이다. 비강과 후두는 숨 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침샘에 문제가 생기면 윤활작용을 일으키는 침이 생성되지 않아 음식 섭취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미용적인 부분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치료 후 생존률 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도 저하될 수 있다. 두경부암은 유럽 내에서 발병률이 7번째로 높은 암이다. 2012년에만 유럽에서 15만 명 이상이 두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이는 자궁경부암의 두 배, 폐암의 절반 수준이다. 성별로 보자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2~3배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여성의 발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에서 두경부암과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인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간 연관성도 높아지고 발병사례 또한 많아져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기도 하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두경부암 원발부에서 초기 증상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처음 진단받은 환자 중 60%가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치료가 쉽지 않고 예후 또한 좋지 않다. 두경부암은 조기 진단 시 80~90% 완치율을 보이는 질환으로 조기검진을 통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경부암 치료를 위해서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 치료, 세툭시맙과 같은 표적 항암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표적 항암치료는 방사선 단독요법보다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연장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도 일반 대중의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두경부암을 바로 알리기 위한 캠페인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 두경부 종양학회에서 시작된 ‘메이크 센스 캠페인(Make Sense Campaign)’은 두경부암에 대한 인지와 경각심 제고는 물론, 조기검진 인식의 확대를 위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두경부종양학회,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의 공동주관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정필상 단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흡연과 과음 등 두경부암 발생의 위험요인을 차단해 적극 예방하도록 하는 한편, 일상생활과 밀접한 신체기능과 미용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기에 진단하고 두경부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적절한 치료의 3박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