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율리 단국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녹내장, 한국 40세 이상 2% 앓아
안압 영향… 젊은층도 발생 증가해, 특별증상 없어 조기진단으로 예방

▲ 박율리 단국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녹내장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질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0세 이상 인구의 2%가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내장은 70대가 되면 발병률이 몇 배로 급증한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가 50~60%의 시신경 손상이 있는 후에야 시야장애가 나타난다. 치료를 통해 현상유지를 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녹내장에 대해 단국대학교병원 안과 박율리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녹내장은 어떤 질환인가?

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정보를 뇌로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신경 및 신경섬유층의 손상이 진행돼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시신경이 서서히 조금씩 약해지기 때문에 초기에는 녹내장이 있더라도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말기가 되면 시야의 대부분이 잘 안 보이게 되고, 마지막 단계에는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다. 눈의 압력을 안압이라고 하는데 안압이 높아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압이 정상수준이어도 안압의 일중 변동 폭이 크거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발생 원인은?

녹내장은 여러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안압이 높아서 시신경이 기계적인 압박을 받아 점점 약해지는 것이 녹내장의 발생과 악화에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안압의 상승은 기계적으로 시신경을 압박하기도 하고,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의 흐름을 저하시켜 시야 손상이 진행되게 만든다. 하지만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시신경이 손상받거나 시신경유두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시신경유두에 허혈이 생겨 발생할 수도 있다.

◆젊은 층에서 녹내장 발병이 증가하는 이유는?

젊은 나이에 녹내장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도 근시나 가족력 때문이다. 근시는 말 그대로 가까이는 잘 보이는데 멀리 볼 때 잘 보이지 않아서 안경이나 렌즈를 써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근시가 심한 눈은 근시가 없는 눈에 비해 눈의 앞뒤 길이가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눈을 지지하는 구조물들의 두께가 더 얇다. 또 힘도 약해지면서 젊은 나이라도 시신경이 잘 손상 받게 된다. 물론 근시가 있다고 다 녹내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여러 연구들에 의해서 근시가 심할수록 녹내장의 발생 위험이 몇 배 이상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젊은 나이에 녹내장이 생기게 되는 또 다른 중요한 위험요인은 녹내장의 가족력이다. 사실 부모가 녹내장이 있다고 자녀가 녹내장이 다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녹내장의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녹내장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 다른 형태의 녹내장도 젊은 나이에 생길 수 있다. 선천 녹내장이나 신생혈관녹내장, 포도막염에 의한 녹내장, 스테로이드 녹내장, 외상에 의한 녹내장 등이 그것이다.

◆증상적 특징은?

안압이 상승하면 눈이 충혈되고, 물체가 흐리게 보이고 빛이 번져 보이며 눈과 머리가 아프게 된다. 특히 안압이 갑자기 많이 올라가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을 느껴서 새벽에 응급실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녹내장이 더 진행되면 물체를 볼 때 일부분이 잘 안 보이는 시야장애를 느끼게 된다. 말기가 되면 일부분만 흐리게 보이고 나머지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다가 결국 모든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실명까지 가게 된다. 녹내장이 있으면 눈이 아프고 흐리게 보일 수 있다. 반대로 눈이 아프고 흐리게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녹내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통증과 흐리게 보이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질환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녹내장의 치료방법과 목적은?

녹내장은 서서히 진행하며 말기가 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녹내장을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녹내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녹내장이 있더라도 그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과 점점 나빠져서 결국 실명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당장 치료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지치거나 좌절하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약물요법은 녹내장 치료의 기본이다. 여러 가지 약물 중 환자의 질병이나 반응도를 고려, 맞는 약을 선택하고 정기관찰을 통해 그 약이 제대로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한 후 결정한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녹내장 안약은 안압을 낮춰주고, 눈 속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주며 시신경을 보호해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녹내장 안약은 하루에 한 번이나 두세 번 사용하고, 크게 부작용 없이 효과가 괜찮다면 평생 꾸준히 사용한다. 많은 경우는 녹내장 안약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녹내장이 나빠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한 가지 안약으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다른 종류의 약을 함께 쓰기도 하고, 그래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레이저나 수술치료를 하기도 한다. 녹내장 수술 역시 안압을 낮춰 녹내장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녹내장을 좋아지게 하거나 없애는 것은 아니다.

박율리 교수는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조기검진을 통해 빨리 발견해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유일한 대처법이라 할 수 있다”면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을 강조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녹내장환자가 생활 속에서 주의해야할 점

- 흡연, 과도한 음주

- 물구나무, 무거운 것 들기, 무리한 관악기 연주, 목이나 허리는 조이는 옷,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고개 숙인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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