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 ‘시일야방성대학’

[충청투데이 송해창 기자] 고광률 작가가 나무옆의자에서 ‘시일야방성대학’을 펴냈다. 제목은 1950년 11월 20일 황성신문에 게재된 장지연의 논설 ‘시일야방성대곡’에서 따왔다. 장지연이 을사조약의 굴욕적인 내용을 폭로했듯이 고 작가는 교수집단의 모략과 이전투구를 적나라하게 해부했다.

30여 년간 대학에서 강의한 경험을 투사와 반투사로 녹여냈다는 평가다. 교수들의 권력다툼, 특권의식에 대한 간접체험은 덤이다.

소설은 일광학원 재단의 일광대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일광대 총장은 재단 설립자의 외아들이다. 2대 총장이 된 이후 18년째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총장은 등록금, 재단 유입금 등 재원을 학생에게 사용하지 않는다. 부동산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다. 교수들의 연봉도 깎고 재정에 도움이 되는 편입생들의 정원을 늘린다.

이러던 와중에 일광대가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가산정돼 부실 판정을 받게 된다. 이에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 급기야 총장실을 점거하기까지 한다.

상황이 격화되자, 총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관계자들을 불러들인다.

책은 현 총장 모도일과 전 총장인 주시열,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 공민구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이들의 미로와도 같은 이해관계도는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현미경이기도 하다. 이권을 위해 양심과 인격, 자존심마저 남김없이 내던지는 교수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소설을 통해 오늘날 대학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지식인들이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 어떻게 진실과 정의를 조리돌림 하는지, 그 책임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이 얕은 소설을 통해 깊이 들여다보길 바란다.”

송해창 기자 songh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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