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최근 코로나 19가 사람들의 심리와 경제를 심하게 위축시키는 가운데 미국 LA에서 날아든 낭보로 주위 사람들이 한껏 들떠있다. 92년의 아카데미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포함 4개의 상을 휩쓴 것은 최초라고 하니 축제가 따로 없다.

시상식이 끝난 후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이 더 큰 감동으로 회자되고 있다. 딱히 준비하지도 않은 소감이었다는 것이 그의 인간적인 내공에 빛을 더해준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 도중 함께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향해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책에서 읽고 마음에 새겼다. 그 말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었다”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노감독은 감동 어린 얼굴로 봉준호에게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전에 국제영화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는 배우와 스텝의 이름을 한 명 씩 불렀다. 영화 ‘기생충’은 칸영화제는 물론 세계 주요 영화제, 아카데미에서까지 인정을 받았고 그가 좋은 영화감독으로 우뚝 서기까지 특별한 그만의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모습은 자체로 멋있었다.

옆의 동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했던 말이 실현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필자는 오히려 봉준호와 같은 품성을 가지게 한 한국의 환경이 더 감동적이었다. 세계 유례없이 최단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룬 대단한 나라지만 자부심을 넘어 자기애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 경계할 일이다. 나만이 특별하기 때문에 최고의 대학을 나와서 가장 좋은 직장에 다녀야 한다는 의식은 피로감을 넘어 행복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UN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150여 개국 가운데 한국은 50위 즈음을 차지한다. 반면 상위권은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이다. 물론 행복을 느끼는 감정은 주관적이긴 하나 북유럽인들에게 배웠으면 하는 좋은 의식의 패턴을 소개하고 싶다.

‘얀테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얀테는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의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덴마크 마을 이름으로 이 마을은 ‘잘난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는 곳이다. 그 소설에서 비롯된 얀테의 법칙은 자기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지나치게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통사람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나는 특별하지 않다’는 의식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았지만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등 이전부터 이미 그의 팬덤이 형성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영화는 그를 빛나게 했지만 ‘나는 특별하지 않다’는 그의 말의 품격이 그를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 모두의 덕으로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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