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들이 산하 공공기관장의 연봉을 제한하는 일명 '살찐 고양이법' 조례를 잇달아 제정하고 있다. 임원과 노동자의 임금격차를 줄여 우리사회의 현안인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다. 대전시의회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지난달 21일 '대전광역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그런데 최근 대전시가 시의회에 조례안 재의를 요구하고 나서 돌발 변수가 생겼다. 대전시가 시의회의 조례제정에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다.

조례안의 골자는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등 공공기관의 장 연봉은 최저임금 환산액 기준 5.5배, 임원 연봉은 5배 이내로 상한선을 둔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시된 최저임금을 조례안에 대입할 경우 시 산하 공공기관 대표 연봉은 1억1849만원, 임원은 1억771만원 이하이다. 물론 연봉산정에서 성과급은 제외돼 대표와 임원이 실질적으로 받는 연봉은 이보다 더 높게 책정될 개연성이 있다.

대전시는 조례안 재의 요구 명분으로 시장의 권한 침해 등을 내세우고 있다. 보수 결정은 시장의 권한인 만큼 의회의 개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봉 상한선도 타 지자체 보다 낮아 인재 영입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면 설득력이 있지만 시민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모르겠다. 시의 이런 설명이 사회적 분위기나 시민들의 눈높이와는 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례안을 제정하기에 앞서 대전시와 의회가 의견조율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 상한선을 정한 조례안은 상징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업무를 잘해 성과를 낸 공공기관 임원에게 그에 걸 맞는 높은 연봉을 지급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국회의원, 공공기관, 나아가 민간기업의 임금을 제한하는 내용의 '최고임금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소득 불평등 고착화를 막아보자는 의미일 거다. 대전시의 조례안 재의요구에 시의회가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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