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1개동 격리 시설 지정 계획… 전원 격리 수용은 힘들어
‘셀프 격리’ 가능성도… “인원·자금 부족, 지자체 차원 지원必”

사진 =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의 외국인 기숙사인 세화원에서 유학생들이 입실 전 손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의 외국인 기숙사인 세화원에서 유학생들이 입실 전 손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충청권 대학들이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격리 조치를 놓고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를 각 대학마다 추진하고 있지만, 시설과 지원이 부족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13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내달 개강을 앞두고 충청권에는 4500여 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해 지역 대학들도 표면적으로는 기숙사 분리 수용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유학생 격리 방식은 기숙사 입주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학교가 마련한 별도 공간에서 격리를 진행할 기숙사 입주생들과 달리 학교 밖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유학생들은 해당 공간에서 자가격리생활을 한다.

문제는 개별 공간에서 자체적으로 격리를 실시하는 비기숙사 유학생들의 경우 사실상 통제를 받지 않는 '셀프 격리'를 하게 돼 통제 방안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들이 내놓은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인 유학생 비중이 높은 지역의 한 사립대는 격리 중인 유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발열 상태, 신체 이상 증후, 이동 동선 등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 업무량보다 인력이 부족해 내실 있는 관리와 통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 차원에서 기숙사 유학생들을 위한 격리 장소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역 각 대학들은 기숙사 1개 동을 격리 시설로 지정할 계획이지만, 유학생들을 다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다. 다른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까지 감안하면 폐렴 전염 우려가 있는 학생을 모두 격리해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학에서 불가능하다.

우송대와 충남대의 경우 각각 500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다.

건양대는 최근 중국을 방문했다 입국한 유학생 17명을 기숙사와 인근 숙소에 모두 격리 조치하고 있다.

중부대도 인근 숙소에 격리 조치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을 제어 못하자 대학가 인근 지역주민들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격리 유학생들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자칫 코로나 19 확산의 불씨가 되는 것은 아닌지 긴장하고 있는 것.

중국인 유학생을 통한 감염 우려가 커지자 대전시는 이날 지역 대학들과 유학생 관리대책 간담회를 열고 방역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역 대학들은 유학생 관리 인원과 관리 자금이 부족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 중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학교는 존폐위기에 처한다"며 "현재 인력으로 유학생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기가 버거운 상황이고 추가로 인력은 고용할 자금도 부족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지역 숙박 시설에 수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각 대학은 유학생 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추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