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이러스 보다 무서운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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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바이러스 보다 무서운 편견
  • 김대환 기자
  • 승인 2020년 02월 13일 18시 1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14일 금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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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충남본부 취재부국장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K-POP열풍, 비빔밥, 삼겹살 등 K-FOOD열풍과 함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기생충’의 돌풍으로 봉준호 감독은 물론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영화 속에 나왔던 ‘짜파구리’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외국에 살고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재밌으면서도 씁쓸한 얘기를 들었다.

현지인 한 명이 지인에게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짜파구리 재료인 우동라면에 정말 라쿤(너구리) 고기가 들어있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우동라면 봉지에 그려진 너구리 캐릭터 때문인데 동양인의 식문화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 일부 서양인들 중에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그런 의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에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지인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희 나라 꿀병에 푸우(곰돌이)가 그려져 있다고 해서 거기 곰고기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받아치며 소심하게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서양인들 중에는 중국인과 한국인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 문화권이 전혀 다른 태국, 필리핀, 베트남과 동일시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특히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이라는 이미지가 필요 이상으로 크게 과장돼 전해지면서 우리의 음식문화를 미개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전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서도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잘못된 편견이 인종차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유럽여행 중 방문한 식당에서 한국인 손님을 거부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급기야 SNS상에서는 중국을 포함한 동양인들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말도 안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얼마전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가 인터뷰 중 아주 작게 마른기침을 한 것을 놓고 신종코로나와 연관 지은 합성사진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합성사진들은 손흥민 선수를 제외한 주변 선수들에게만 마스크를 씌우거나 심지어 상대 선수에게 방독면을 씌우는 등 인종차별과 함께 조롱을 담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피부색과 외모가 흡사한 한국인들에 대한 유럽사람들의 조롱이 이정도인데 중국인에 대한 편견과 조롱은 얼마나 더 심할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유럽사람들의 인종차별을 접하고 발끈하고 분노하는 우리 역시 이런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연일 쏟아지고 있는 신종코로나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중국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조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유학생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에 대한 조롱이 도를 넘는 경우가 적지않다.

물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점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보다도 더 빠르게 번져나가는 편견이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