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장르가 되다

▲ 연합뉴스

☞먼 미국 땅에서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제를 휩쓴 것이다. 기생충은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받았다. 무려 4관왕이다. '최초'의 기록도 썼다. 아카데미 역사상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처음이다. 한국 영화가 후보작에 지명된 것도, 수상한 것도 처음이다. 아울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것도 64년 만이다. 역대 두 번째다. 한국어로 제작된 '기생충'이 자막의 장벽도 넘은 셈이다. 또 '백인들의 잔치'던 아카데미의 새 이정표가 됐다. 최고의 반전이다.

☞봉준호는 감독을 넘어 하나의 '장르'가 됐다. 봉 감독은 치밀한 시나리오·디테일한 설정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 섬세함이 사회를 파고든다. 작품에 외면하던 현실을 담아낸다.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어둠을 담아낸다. 아픈 곳을 콕 찌른다. 그런데 그게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영화의 장르는 시시각각 변한다. 코미디였다가 스릴러가 된다. 가볍게 보던 소품이 무거워진다. 영화가 끝나면 한대 맞은 거 같다. 항상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의 영화는 살아있다. '이상한' 사람이 '이상'을 만든다.

☞명감독은 혼자가 아니다. 기생충의 모든 배우들은 뛰어났다. 그중 송강호는 봉 감독과 인연이 깊다. 무려 17년이다. 송강호는 봉 감독 네 개의 작품에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괴물'·'설국열차'·'기생충'이다. 송강호는 봉 감독의 '페르소나'라고도 불린다. 송강호는 항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둘의 처음은 특별하다. 봉 감독은 첫 영화를 실패했다. 그러다 '살인의 추억'을 기획했다. 그리고 신예 송강호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무명 감독의 영화인데, 송강호는 흔쾌히 출연한다고 했다. 거기엔 비하인드가 있다. 5년 전, 무명배우 송강호가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다 한 조감독이 남긴 메시지를 듣게 된다. 연기를 인상 깊게 봤고, 꼭 다시 보잔 내용이었다. 그 조감독은 봉준호였다. 송강호는 그 메시지에 화답한 셈이다. 시간이 흘러, 그 둘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나란히 서게 된다.

☞기생충은 코로나도 잡아먹었다. 침체기던 문화 산업이 기지개를 켠다. 주요 영화관들은 ‘기생충 특별전'을 시작한다. 26일엔 기생충 '흑백판'도 상영한다. '기생충'은 전 세계적으로 1억6542만 달러(약 1965억 원)의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다. 무서운 저력이다. 하지만 우린 기생충을 그냥 봐선 안된다. 그 속을 봐야 한다. 양극화의 현실을 봐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봉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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