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휴가’를 근로자의 권리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자신의 행복과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90년생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우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9 사회조사’를 보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Work & Life Balance)’을 우선하는 이들이 ‘일’을 우선시하는 이들을 지난해 처음 추월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근로자들의 국내여행 횟수와 일수가 모두 전년 대비 50%이상 증가했다. 여행수요 확대 전망에 따른 주민과 여행객의 고충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 마련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몇 해 전 인기를 끈 드라마 ‘착한남자’ 이후 ‘착한’이 붙은 단어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바르고 선(善)한 사람을 일컫는 ‘착한’이라는 형용사가 ‘착한가게’, ‘착한기부’, ‘착한가격’ 등의 윤리성을 강조하는 수식어로 자리 잡았다.

‘착한’이라는 단어 속에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희망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담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 ‘착한관광’은 뭘까?

필자가 꿈꾸는 관광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공평한 관계를 맺고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착한여행’이다.

한 명의 관광객이 대덕구의 아름다운 관광 명소들을 둘러보고, 주민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민이 만든 기념품을 사고,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묵고 가는 지역의 경제발전과 관광발전이 함께 맞물리는 선순환을 완성하는 것이다.

대덕구는 계족산과 대청호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회덕향교와 동춘당 등 유구한 역사문화가 있는 공정생태관광의 최적지다. 공정생태관광 육성 사업은 대덕구가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 중 하나다.

다행히 필자가 꿈꾸는 ‘착한여행’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 실현시켜주는 동지들이 제법 많다. 대전에 본사를 둔 ‘공감만세’나 ‘대전체험여행협동조합’은 지역 내에서 공정여행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대덕구의 공정생태관광 육성에 자문까지 해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관광두레에 대덕구가 선정돼 마을 주민 공동체가 창업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공정생태관광 활성화의 핵심은 지역주민의 인식변화와 홍보 및 정보 서비스 확대다. 이를 위해 대덕구는 지난 1월 26일 ‘대덕구 공정생태관광지원센터’를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민간 사업가와 전문가, 공직자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이다.

‘공정생태관광지원센터’가 문을 연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센터장에는 대전에서 오랫동안 지역 상생 관광 방안을 연구해온 배재대학교 박근수 교수를 모셨다. 지원센터는 앞으로 대덕구 공정생태관광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공정·생태관광 전문가 양성 교육, 관광 특화 프로그램 개발, 청년 서포터즈 관리 및 홍보 등의 다양한 세부 사업들을 맡아 추진할 계획이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은 한 발 한 발이 커다란 도전이다.

지속 가능한 관광이 되려면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여행지의 경제에 도움이 되고, 지역주민의 문화를 해치지 않아야 된다. 공정생태관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프로그램이 보편화되면 공정생태관광이 관광트렌드의 하나로 정착될 거라고 확신한다.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주도하게 될 ‘대덕구 공정생태관광지원센터’의 걸음에 주민들의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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