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헌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정수과 시험팀장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가 쏟아진 뒤 청주·대전시 등 충청권 400만 명의 식수원인 대청호는 말 그대로 '쓰레기 호수'가 돼 버린다. 매년 밀려드는 쓰레기의 양은 대략 1만 5000t 정도로 추정된다.

쓰레기는 부러진 나무와 갈대 종류도 있지만 플라스틱, 빈 병, 음료수 캔, 스티로폼, 비닐류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심지어 폐타이어, TV, 냉장고와 같은 대형 가전제품도 있다.

이들 쓰레기는 폭우로 인한 수해로 우연히 유입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생활쓰레기로 부분별하게 버려져 강우 시 하천의 흐름을 따라서 호수로 유입된 것이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 중 그나마 호수 표면에 부유하는 경우 대부분 인력과 장비를 이용해 처리되지만 바닥으로 가라앉은 쓰레기는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80년 완공된 대청호는 상류 수역에서 집수된 하천수를 받아들여 끊임없는 담수와 방류를 반복하고 있지만, 단 한 차례도 호수 바닥에 대한 준설이나 대대적인 침전 쓰레기의 청소가 이뤄진 적이 없다.

호수에 유입된 쓰레기는 시각적인 불쾌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는, 물에 용해되지 않는 부유성 쓰레기는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부유성 쓰레기와 함께 유입되는 가축 분뇨, 퇴비 등의 유기성 오염물질은 호수로 용해돼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여름철 남조류를 번성하게 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한편 수돗물에는 불쾌한 맛과 냄새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들 유기성 오염물질은 오염원을 특정하기 힘든 비점오염원으로써 오염 부하는 대단히 높지만 오염물질의 유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며 일회성 단속이나 캠페인으로는 관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양한 경로로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제때 수거되지 않으면 자외선에 의해 분해돼 잘게 부서지게 된다. 이들 입자 중 입자의 크기가 작은 1.2㎛~5.0㎜인 것을 미세 플라스틱이라 하는데 이들은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소화계통에서 흡수돼 다양한 위해(危害)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의 구체적인 위험성은 현재 연구 단계에 있다. 만약 미세 플라스틱의 위해성이 입증될 경우 이미 광범위하게 오염돼 있는 플라스틱을 수거하거나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환경 중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자연계에서 순환을 거쳐 다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쓰레기 수거와 환경 회복에 필요한 비용을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쓰레기나 오염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생태계의 자정작용 범위를 넘어서게 되는 경우 인간의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은 파괴되고 만다. 이러한 자연의 엄연한 법칙을 거스르고는 인간의 건강한 존립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환경을 보호하며 인간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결국 앞서 말한 생태계의 순리에 순응해야 한다. 인간이 생태계에 가한 영향은 결국 인간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캠페인이나 환경교육 등을 통한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자연환경에는 치명적인 점을 고려해 쓰레기의 배출에 대한 관리, 특히 일회용품의 사용에 대한 획기적인 감축이 필요하다.

수돗물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문명화를 가속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인간 활동의 부산물인 쓰레기와 오염물질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 원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절제하게 사용되는 일회용품과 쓰레기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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