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미정·예산낭비 지적
市, 재설치 두고 고민 깊어
27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시가 ‘천안시민의 종’ 재설치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동남구청사 부지 복합개발사업에 밀려 해체한 종각의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추가 예산을 들여 설치하는 것을 두고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시에 따르면 ‘천안시민의 종’(이하 시민의 종)은 2005년 6억 9700만 원을 들여 무게 18.75t, 높이 2.88m, 구경 2.14m로 건립됐다. 당시 시민의 종 제작은 인구 50만 명 돌파를 기념하고 지역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명분이 배경이 됐다.

시민의 종은 기존 동남구청사 내 388㎡ 부지의 종각(鐘閣)에 세워진 뒤 2016년 12월까지 새해 첫 타종식과 광복절 등에 사용됐다. 그러나 시민의 종은 동남구청사 복합개발을 앞두고 2017년 해체됐다. 종각 해체 및 이전에만 4억 원 상당의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민의 종은 충북 진천에 있는 한 사찰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 사찰은 시민의 종을 제작한 곳으로, 시는 사찰에 보관료로 매년 400여만 원을 주고 있다.

시민의 종이 도시재생사업에 밀려 이전했지만 지역에서는 ‘전임 시장의 업적 지우기’라는 정치적 해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시는 시민의 종 해체를 앞두고 2016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합 부지를 모색해 왔다.

설문조사는 시민 881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66%가 ‘동남구청사부지 복합개발을 위해 이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이전 최적지로는 ‘천안삼거리공원 및 박물관 주변’이 53%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동안 시는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재설치를 한다 해도 전통방식으로 일정 규모의 종각을 설치할 경우 11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타종이 불가한 기단만 설치하면 1억~2억 원 정도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는 오는 27일까지 ‘천안시민의 종’ 재설치 여부에 대한 온라인 시민 설문조사를 통해 재설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안녕과 화합, 새로운 도약 등을 담아 제작됐던 천안시민의 종 재설치 여부에 대해 좋은 의견을 들어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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