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미 백석대학교 학사부총장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1000명과 1300명 병실의 대규모 병원 2개를 각각 열흘 만에 완공했다. 1000여 명의 인력과 굴착기가 동시에 투입돼 밤낮으로 땅을 다지는 진풍경이 전해졌다. 우리나라라면 아무리 비상사태라도 이런 작업이 가능했을까? 먼저 병원 부지를 선정하고, 매입하는데 의견 충돌이 있을 것이고 설계에서 또 한 번 정부와 지역 주민 간 충돌이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텐데, 우한시 병원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중앙 공산당이 결정하자 필요한 자원과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돼 놀라운 속도로 병원이 설립됐다. 그런데 중국에는 이미 유사 사례가 있었다. 2003년 베이징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하던 때에도 1000개 병실 규모의 병원이 1주일 만에 세워졌었다. 다만 이 병원은 사스로 인해 급하게 세워지다보니 사스가 진압된 후에는 결국 무용지물이 돼 조용히 버려졌다. 아마도 이번에 설립된 2개 병원 역시 같은 운명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건물이던 사람이던 일회용으로 끝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건축에서 건축물을 오래 지속하게 하려면 기초공사가 튼튼해야한다고 한다.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58분경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이 지진으로 인해 동경의 3분의 2정도가 완전히 파괴되고 사상자 수는 1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한 대형 건물이 건재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었다. 바로 일본의 3대 호텔 중 하나인 임페리얼 호텔이다.

아수라장이 된 도쿄에서 이 호텔만큼은 유리창 몇 개 깨지는 정도로 끝났으며 투숙객 역시 모두 안전했다. 이 호텔은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에 의해 세워졌다. 작은 부분을 연결하는 구조를 사용해 호텔 건물 전체에 유연성을 갖게 하는 동시에 일부가 파손돼도 전체에는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설계했다. 또 내진과 방화에 대비해 당대 획기적인 기술까지 도입했다. 그러다보니 기초공사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 결과 대폭적인 예산 초과와 시간 투자가 불가피해졌고 이로 인한 경영진의 압박으로 결국 라이트는 호텔 완공 전에 사임했다. 그러나 11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완공된 후 관동 대지진이 도쿄를 덮쳤을 때, 호텔의 진가는 드러났다.

때로는 우한시에서 열흘 만에 세운 병원처럼 이후 사라져버릴 운명일지라도 그 임무의 중요성을 알기에 묵묵히 맡을 필요가 있다. 또 때로는 주위 사람이 아무리 급하다 아우성치더라도 미래를 위해 기초공사에 전념하는 끈기와 배짱도 필요하다.

마치 모죽이 순을 내기까지 5년을 할애하지만 일단 죽순이 나오면 쭉쭉 뻗어나듯이 충분히 준비되면 제대로 쓰임 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필요한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둔 요즘 출마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는 정치인들에게서 보고 싶은 리더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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