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소리 잃은 음악

[충청투데이 송해창 기자] 2020년 전 세계 음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악성(樂聖)’은 베토벤을 칭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누구나 그의 극적인 일화 한두 개쯤은 알고 있다.

특히 베토벤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악상을 그저 받아 적어 음악을 완성했다’는 얘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낭만주의적 천재 예술가상에는 들어맞으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대표적 일례다.

로빈 월리스가 지은 ‘소리 잃은 음악’은 청력 잃은 음악가 베토벤에 관해 “아직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베토벤 신화 탄생에 지대한 공을 세운 ‘청각장애를 극복한 초인적 작곡가’라는 서사에 의문을 제기한다.

음악학자인 저자는 아내 바버라에게 닥친 청력 상실을 10여 년간 곁에서 지켜봤다. 이를 통해 비슷한 청력 문제를 겪었던 베토벤의 말년을 탐구할 통찰과 동기를 얻었다.

저자는 악성, 반신반인, 괴팍한 천재 등의 수식어에 박제된 인물을 탈피해 베토벤의 창작행위와 행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한다.

그는 베토벤이 남긴 방대한 스케치와 자필악보, 서간, 필담노트 등을 살피며 악성에게 접근한다.

또 베토벤이 썼던 여러 종류의 피아노와 청취기계, 작곡도구를 연구하고 직접 체험한다. 아울러 후천적인 청각장애를 얻은 아내와 베토벤을 교차하며 악성의 삶을 그린다.

옮긴이는 홍한결이다. 책은 마티에서 펴냈다.

송해창 기자 songh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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