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홍 ETRI 지능정보표준연구실 책임연구원

새해를 맞이해 나누는 덕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건강(健康)’이다.

동양에서 불길함을 이야기할 때 손꼽는 육극(六極)에도 흉단절(凶短折), 질(疾), 약(弱)의 세 가지는 건강과 관련돼 있다.

행복을 이야기할 때 손꼽는 10가지 복 중에도 무려 3개는 건강과 관련된 복이다. 수복(壽福), 강녕(康寧), 고종명(考終命)이라는 3가지 복은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명대로 오래 살다가 죽는 복들이다.

이처럼 무병장수는 모든 인류의 가장 중요한 꿈이자 소망이다.

“2030년이면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고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가 이야기한 바 있다.

미래기술 예측의 대가 빌 할랄(William Halal) 교수도 “수명연장은 2035년이면 가능해진다”고 예측했다.

불과 10년 뒤인 2030년에는 남녀 모두 기대 수명이 87세에 이를 것이라는 통계를 보면 평균 100세 이상 사는 것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명이 연장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수명연장으로 수복이라는 한가지 복을 얻었다면 뒤를 이어 더 중요한 것이 강녕이다.

강녕은 건강하게 근심 걱정 없이 편하게 사는 것을 말한다.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포함된다.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지 못해 편하지 못한 ‘강녕하지 못한 상태’로는 행복한 삶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셈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누구나 손쉽게 ‘강녕한 상태’로 건강관리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만 착용해도 충분히 운동은 하는지, 심장에 이상은 없는지, 잠은 잘 잤는지 등을 매일매일 측정하고 기록하고 살펴볼 수 있다.

스마트 체중계는 체지방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신체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스마트 혈압계, 혈당계, 체온계 등을 이용해 보다 정밀한 개인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공유할 수도 있다.

디지털 기술은 병·의원 내 의료기기와 의료 시스템에도 적용돼 변화를 만들고 있다. CT·MRI 촬영 영상은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저장 관리되면서 진료·처방 기록 등과 종합적으로 연계되며 처리되고 있다. 디지털화된 수많은 건강 관련 정보들을 종합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 환경은 충분히 마련된 것이다.

구슬을 꿰면 보배가 될 수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등의 많은 글로벌 ICT 회사들이 스마트 헬스케어에 투자하고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디지털 건강 정보들을 꿰어 디지털 보배로 만드는 게 경쟁력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의복, 장신구, 장롱 등 생활용품 곳곳에 새기며 바랬던 ‘수복(壽福)’과 ‘강녕(康寧)’의 꿈을 달성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온 셈이다.

최근 우리는 신종 코로나와 같은 질병으로 인해 하루 하루의 삶이 불안한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다. 건강의 기초가 면역력에 있는 것처럼,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경쟁력을 육성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 국민 모두가 수복강녕하도록 만드는 기초일 것이다.

아무쪼록 올해는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계가 다시 한걸음 도약하는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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