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균 대전전민초등학교 교장

“엄마, 공부할 시간이야?” 저의 조카는 항상 공부할 시간이 되면 그렇게 엄마를 찾았습니다. 엄마는 그때마다 조카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큰 문제없이 그렇게 엄마와 함께하는 공부, 엄마가 챙겨주는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즈음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카는 여전히 엄마를 찾았습니다.

“엄마, 공부할 시간이야” 하지만 공부 내용도 상당히 어려워져서 이제는 엄마가 가르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엄마는 깨달았다고 합니다. ‘음, 이제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하겠다’ 하지만 때가 늦었습니다.

엄마로서 이젠 더 이상 가르쳐 줄 수도 없고, 말도 제대로 듣지 않는 자녀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물어왔습니다. “삼촌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이니까 알려 줘봐요. 어떻게 해야 해?” 이 질문에 제가 어떻게 답변했을까요?

이 이야기는 저의 40년 교직인생을 정리하며 쓴 책 ‘대한민국교육 심폐소생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이름을 드러낸 ‘벌떡수업’이라는 책 내용 중 일부 내용입니다.

“선생님, 제발 가르치지 마세요.” “부모님, 제발 시키지 마세요” 가르치지 말고 학생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학생 가슴에 열정을 살려보자는, 자녀를 믿지 못하고 매사 자녀 주위를 빙빙 맴돌며 불안해하는 아바타처럼 키우고 있는 ‘헬리콥터 맘‘을 향해 던진 메시지입니다.

최초의 학교는 가정입니다. 자녀가 걸음을 뗀 순간부터 ‘헬리콥터 맘’과 ‘벌떡엄마’는 차원이 다릅니다. 자녀를 바라보는 눈이 다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매사 기회를 만들어주고 보이지 않는 칭찬과 격려로 자녀의 ‘벌떡정신’ 스스로의 정신을 불사르는 엄마, 바로 ‘벌떡엄마’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 깔딱 고개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숙제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고 심지어 학원 선정에서부터 일상의 모든 일을 간섭합니다. 부모가 정해주려 합니다.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란 자녀들이 마마보이 마마걸, 꿈을 잃은 청소년, 캥거루가족, 3포 5포 7포 세대의 현실입니다.

이제 ‘벌떡엄마’가 나서야 하겠습니다. ‘벌떡정신’으로 나선 ‘벌떡엄마’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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