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방송사 협업, 일단 저지르고 봤다…재밌으면 플랫폼보다 콘텐츠가 우위"

▲ [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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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트 신인가수 유산슬(본명 유재석)이 작년 1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식당에서 열린 MBC TV 예능 '놀면 뭐하니?' 유산슬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한도전'을 14년 동안 책임PD로서 만들었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휴식하는) 1년간 관찰도 고민도 많이 했지만 벗어날 순 없더라고요. 제가 최선을 다한 프로그램이라 그걸 부정하는 순간 밑바탕이 될 콘텐츠가 없는 것 같아서요. 그 정신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화법을 찾아가야 하는 과제가 '놀면 뭐하니?'였습니다."

김태호 PD는 8일 MBC 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탐나는 TV'에 출연해 화제의 예능 '놀면 뭐하니?' 제작 뒷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대해 귀띔했다.

작년 7월 첫 방송된 '놀면 뭐하니?'는 지난 반년간 릴레이 카메라, 조의 아파트, 대한민국라이브, 유플래쉬, 뽕포유, 인생라면까지 6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초반엔 '김태호 PD 작품치곤 기대만 못하다'는 감상도 있었지만, 유재석이 드럼을 연주하는 유플래쉬부터 슬슬 반응이 오더니 뽕포유는 지난해 하반기 대세 '유산슬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김 PD는 "제일 먼저 선정한 건 '확장'이라는 코드였다. 이 코드를 갖고 유튜브 사용자들과 함께 테스트해보자며 던진 게 릴레이 카메라였다"며 "초반 6회까지 내용은 유튜브에 올리려고 했던 내용이다. 유튜브는 댓글이 좋게 달리는데 이걸 보고 덜컥 방송일이 잡히면서 (확장에 관한 합의가 덜 된) 실험이 6회까지 나왔던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무한도전'을 '도전할 상대, 바꿔야 할 상대'라고 비유하면서 "당분간은 그런('무한도전' 같은) 콘셉트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1인 도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유재석이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올 것이다. 1인 콘텐츠에서 인적인 확장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유재석과 진행하는 아이템 2∼3가지가 있다. 유재석이 EBS 가서 펭수를 만났는데 펭수의 골드버튼(채널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하면 유튜브에서 주는 선물)을 보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봤다. '원하면 만들어줄게'란 마음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해볼까 한다"고 설명했다.

선보이지 못한 프로젝트도 있다. 김 PD는 "대한민국라이브의 교통수단 다음 주제로 의자도 있었다. 시골 버스 정류장, 주민센터 의자, 은행 대출창구 의자 등 의자를 활용하는 분들의 삶 각각의 이야기가 다를 것 같아서 주목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근원에 대해 김 PD는 "14년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가 있다. 이분에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해 트로트 열풍과 유산슬 세계관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유재석은 MBC 연예대상에서 유산슬 캐릭터로 신인상을 받기까지 했다. SBS TV '영재발굴단'과 KBS 2TV '아침마당', EBS 1TV '자이언트 펭TV',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과 협업으로 방송사 간 벽을 허물어 주목받았다.

김 PD는 "유재석이 '무한도전' 시절 냈던 '트로트 대축제'라는 아이템이 있는데, 원래는 유재석 이름 없이 노래 먼저 발표하고 얼마나 있어야 반응이 올지 실험하는 거였다. 그런데 당장 이슈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먼 얘기였다. 유재석이면 못 썼을 무대를 새로운 캐릭터를 활용해 접근해보고자 했다. 유재석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또 그게 필요했던 상황에서 부캐릭터의 가능성이 맞아떨어졌다"라며 뽕포유 프로젝트의 탄생 비화를 들려줬다.

특히 보수적인 지상파 방송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경쟁사와 뭉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한 데 대해 김 PD는 "둘만 알고 진행했다. 내부 보고 없이 저질렀던 측면이 크다"면서 "방송이 디지털에 위축될 걱정으로 고민하다가 재미있는 콘텐츠라면 어느 플랫폼이든 보지 않을까, 우리가 씨실이 돼서 날실을 엮어내면 플랫폼보다 콘텐츠가 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레거시 미디어의 예능 PD로서 '주목도 높은 큰 화면과 손바닥 안 모바일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던 그는 대안으로 '마블 같은 세계관'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자괴감이 들 때가 있어요.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레거시 플랫폼에 맞는 걸 제공하고 있지만, 여기서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좀 더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위해 유튜브나 포털용, 아니면 거대 OTT를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냅니다. 결과적으론 세계관을 공유하며 가다 보면 마블이 해온 것처럼, 시청자들이 움직여서 찾아보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게 저와 후배 PD들이 고민하는 것들입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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