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청주 지역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지난해 초 청주 영운용암새마을금고에서는 20년간 이사장을 지낸 A 씨가 임기 종료를 한달여 앞두고 정관을 변경해 상근이사를 신설한 후 상근이사에 출마해 논란이 일었다. 또 청주 미래새마을금고는 '현직불패'의 통념을 깨면서 화제가 됐지만 선거무효 후 재선거가 치러졌다. B 이사장이 뽑아놓은 선거관리위원들은 선거를 무효화 한 후 재선거를 결정했다. B 이사장은 현직을 유지한 채 새로운 대의원을 뽑아 다시 선거를 진행했고, 결과는 B 이사장의 승리. B 이사장의 부인은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뿌려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지만 B 이사장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감사 선거규정을 비공개로 바꿔 또 논란이다. 서원새마을금고에서는 15년간 이사장을 지낸 C 씨가 임기 종료 7개월을 앞두고 사퇴했다가 차기 이사장 선거에 출마했다. C 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강변하지만 C 씨가 유리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C 씨가 당선되면 12년간 더 이사장을 지낼 수 있다.

새마을금고이사장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수천만원 후반대에서 1억원을 초과하는 연봉을 받는다. 또 수천만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도 쓸 수 있다. 법으로 이사장 직선제가 정해진 신협과 달리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직선제 혹은 간선제 중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새마을금고는 간선제를 택해 대의원이 임원을 선출한다. 역시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의원 수는 100여명 안 팎.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 실탄을 가지고 새마을금고 내에서 모든 정보와 권한을 독점한 이사장이 대의원을 장악하는 것은 너무도 손 쉬운 일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나간다.

취재과정에서 이사장들의 발언은 그들이 새마을금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B 이사장은 “선거규정을 바꾼 이유는 없다. 법대로 이사회에서 결정했으면 결정한대로 따르면 된다”고 했다. C 이사장은 “어렵게 새로 지은 새마을금고 본사 사옥에서 근무한 기간이 짧아 한 번 더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 이사장은 온전히 새마을금고를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하는 듯 하다. C 이사장이 새 집에서 지내고 싶다면 자신의 돈으로 집을 지으면 된다. 서원새마을금고 사옥은 회원들의 회비로 건립됐다.

상식(常識)을 국어사전에서는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라고 정의한다.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상식에서 어긋나고 있다. 선거의 룰은 공정하게 정해져야 하고, 선거과정에서 후보의 직계가족은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연임제한은 사유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것이 상식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비상식적인 후보를 걸러내는 선거의 기능을 믿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부 새마을금고는 정상적인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미 사조직화가 완료된 그들만의 왕국을 깰 방법은 외부의 칼날 뿐이다.

탈 중앙화를 화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든 현 시대에는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다수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국회에서 개정해야 하는 법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격차를 좁혀야 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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