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희 하나은행 대전법조센터 팀장

신탁(信託)이란 '어떤 사람이나 법인을 믿고 무언가를 맡기는 법률관계' 즉 소유자가 특정인에게 재산을 분배하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자기 소유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이전하고, 그로 하여금 자신이 지정한 사람을 위해 재산을 처분, 관리하도록 하는 사법상의 제도이다.

신탁은 중세 유럽 십자군 전쟁에 나가는 성인 남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믿을 만한 사람이나 교회에 맡기고, 자신이 전쟁에서 죽더라도 미성년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관리한 후 재산을 아들에게 줄 것을 약속받는 유스(USE) 제도에서 시작됐다.

가족 간 상속 분쟁부터 세금 관련 고민, 너무 많은 상속인으로 인해 혹은 직계 상속인이 없어서 고민, 치매에 걸리지는 않을지, 미성년자녀가 독립하기 전에 조기 사망하게 됐을 경우 또는 장애가 있는 자녀의 장래를 위한 고민 등 고민들도 다양하다.

이런 고민들은 신탁을 활용한 맞춤형 설계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 유언대용 신탁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재산을 관리하고, 사후에는 지정 대상에게 지정한 방법으로 상속하는 구조이다. 재산상속 측면에서 '유언'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는데 우리나라는 2011년 '신탁법'이 개정돼 유언대용 신탁이 도입됐다. 신탁된 재산은 수탁자인 금융기관에서 바로 집행을 하므로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나 협의절차 없이 지정한 수익자에게 이전된다. 또 금융기관은 유류분 등 법적 분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고 상속인들 간 적정한 재산분배를 위한 법적. 세무적 조언을 통해 분쟁의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성년후견제도는 발달장애, 지체장애, 치매 등을 겪고 있어 독자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성인이 법률행위나 재산관리 등의 업무를 해야 할 때 후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로 고령화가 심화되고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그 수요도 늘고 있다. 신탁 계약을 미리 체결해두면 치매나 노인성 질환 등으로 재산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재산을 지킬 수 있고, 상속까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할 수 있다.

수익자연속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이 사망하면 재산을 넘겨줄 수익자를 순차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신탁이다. 민법의 획일적인 규정에서 벗어나 사후의 재산 처분에 본인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신탁계약을 맺으면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에서 수탁자(금융기관)로 이전돼 등기부등본에 금융기관의 재산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위탁자가 파산하더라도 신탁재산은 채권자에 의한 강제집행이 금지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보전된다. 만약, 신탁재산을 맡은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신탁재산은 계약을 통해 금융기관이 소유하지만, 금융기관의 고유한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다시 소유권을 돌려받는 것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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