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대전시의회 원자력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

새해 벽두부터 원자력 안전불감증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들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배출되는 우수관에서 기준치의 수십 배가 넘는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원자력연구원이 방사능물질이 방출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출결과가 발표되기까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인근주민과 대전시에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매번 안전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무사안일한 발표만 반복되고 있다.

대전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해 원자력시설 검사와 방사능 안전관리 규제를 담당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까지 원자력 관련기관 7개소에 5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만큼 원자력관련 연구와 산업이 밀집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안전에 대한 대책은 아직도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대덕연구단지 설립이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07년 우라늄 분실사고, 화재사고, 방사성폐기물 무단 유출 등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자력연구원은 재발방지와 안전대책을 발표해왔다. 2015년 방사성폐기물 무단 유출로 연구원의 안전문제가 사회이슈로 부상하면서 2017년 전국최초로 원자력안전조례가 만들어 졌다.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민 검증단이 구성돼 1년간의 검증활동을 실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시민검증 결과를 반행하며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여전히 연구원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연구원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시민과 약속한 사항들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이유다. 경주 방폐장이 준공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임시보관을 이유로 연구원내에 보관중인 방폐물량이 3만 드럼을 넘고 있다.

여기에 원자력시설에 대한 안전규제 권한이 지방정부는 배제돼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사항조차 확인할 수 없는 제도적 어려움과 원자력 시설 밖의 안전에 대한 의무만 부과돼 자치단체의 비용만 늘어나는 것 또한 안전을 확보하는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대전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과 달리 원자력 시설 30㎞이내에 200만 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연구소라는 이유로 각종 원자력 시설 안전대책과 지역주민 지원에서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물과 공기는 어느 것으로 대체할 수 없기에 무엇보다 안전하게 관리해야한다. 이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돼선 안 된다. 방사성물질은 무색무취로 구별도 어렵고 한번 발생하면 치유로 오랜 기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다. 다행이 원자력연구원이 대전시와 안전협약을 체결하고 시민검증단 활동을 계기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성과가 미미하다. 시민과 약속한 방폐물 이전이나 원자력 시설에 대한 안전 보강이 정부 예산확보와 제도가 뒷받침 되지 못해 이행이 지체되면서 시민불안과 불만만 늘어가고 있다.

원자력 안전을 연구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연구소라면 어느 누가 연구원의 연구 활동을 인정하겠는가? 국가시설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시민을 위협하는 안전사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검출된 방사성물질에 대한 안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향후 원자력시설 주변에 대한 환경방사선 정밀검사를 발전소지역에 준하는 수준으로 높여 실시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즉시 공개하여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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