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창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엄마, 학교 갔다 올게!” 현관을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은 늠름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수많은 차들이 다니는 도로는 잘 건널지, 어디서 놀다 다치지는 않을지.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튼튼하게 밝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아이였으면 하는 바람을 부모들은 누구나 가질 것이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 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민식이·해인이·하준이·유찬이 등 교통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딴 슬픈 법들이 만들어지는 현실이 그렇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시대, 안전을 끊임없이 얘기하지만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우리, 그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안전해야 미래가 있다고 하지만 안전에 답이 있을까? 정답은 없다. 그래도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지난해 12월 도로교통법 개정(일명 민식이법)이 국회에서 어렵게 통과됐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강민식 군의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기와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이 제정됐다고 금세 어린이 교통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사회적 안전장치들이 마련돼야 하며, 시민들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올해 대전시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미래도시 대전을 만들어 가기 위한 원년으로 4대 정책방향과 과제를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4대 정책방향과 과제 중 지속 가능한 그린시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과제가 ‘안전이 일상화된 친환경 녹색안전도시 기반 조성’이다.

그동안 우리 시는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시설 확충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젠 어린이 보행안전이 차량통행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강도 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39억원 증가된 165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한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의무설치 시설인 신호기와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가 시급한 실정으로, 신호기는 현재까지 설치되지 않은 학교에 신설 35개소, 신호기가 있지만 부족한 곳 56개소 개선사업을 금년 내 완료한다. 과속단속카메라는 초등학교 151개소 중 현재까지 26개소에 설치가 완료되었으며, 올해 67개소, 내년 84개소에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시설 기준을 강화해, 보도가 없는 등하굣길 개선, 과속방지턱과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이미 설치된 교통안전시설도 개선한다. 또 효과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교육청·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시민단체·전문가·시민 등의 의견도 들어 적극 반영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도 변화돼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다.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생각하고 행동해 아이들을 보호하는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운전에 초보운전이 있듯이 보행에도 초보보행이 있다. 초보운전 차량을 보면 우리가 배려하고 조심하듯이, 초보보행을 하는 어린이에게도 마찬가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내일을 꿈꾸며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의 책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로 희생되는 어린이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대전시에서 추진하는 교통안전시설 확충에 더해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 등 안전운전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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