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래 대전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

생물학자 다윈(Darwin·1809~1882)은 ‘종의기원(1859)’에서 모든 생물은 한 조상에서 나와 자연선택과 도태로 만들어진 결과물로 보았다. 보고에 따르면 38억 년 전 지구 상에 생명이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대략 99%의 종이 사라졌으며, 지금도 여섯번 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말은 역설적(逆說的)이다. 현세 인류도 그간 6종이 살면서 지금은 호모사피엔스 1종만 살아남았다.

세상에 사는 모든 생물들은 저마다 질곡의 삶을 이어가는 전략이 있고, 사는 방법도 천태만상이다. 길바닥의 질경이나 왕바랭이는 납작 엎드려 척박을 이겨내고, 건조한 사막의 식물들은 뿌리를 깊이 박고 온 몸체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한다. 또한 물속의 해초들은 물에서 산소로 호흡하며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간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낯설은 식물들이 생명력을 무한 질주하고 있다. 이 생태계 교란종들은 이름조차도 거칠고 억센 느낌을 준다. 가시박, 돼지풀, 도깨비가지 등 대부분 무단 잠입되거나 귀화종이다. 어떤 이는 ‘하늘에는 별이 우주의 씨앗이라면, 지구의 씨앗은 별과 같은 존재’라고 상찬(賞讚)했다. 나라마다 종자 전쟁이 오래전부터 시작돼 수집은 물론 보존에도 치열하다. 우리도 백두대간수목원에 산림종자 영구저장고(seed vault)를 지하터널로 구축해 국내외 식물자원 200만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 선진국은 자원주권의 대가(代價)로 챙기는 종자 로열티는 해마다 커지고 있으며 국가 간에 자존심의 척도가 된 지 오래다. 네덜란드에 튤립이 있다면, 페루는 4000여 종의 감자가 있고, 우리도 토종 나리나 구상나무, 미선나무 등은 종자 주권의 배타적 권리를 앞세워야 한다.

알고 보면 생물 종의 항구성을 위한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다. 종의 미래는 인간이 살아갈 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씨앗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끈이자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중대한 유산이다. 앞날을 망각하는 것은 뿌릴 씨앗을 먹어버리는 짓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의 “침궐종자(枕厥種子·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을미의병 때 상투 정신이고, 스피노자(Spinoza 1632~1677)의 사과나무 철학과도 통한다. 종자는 인류가 주목하고 있는 ‘과학의 미래를 여는 5가지 열쇠’ 중 3번째로 꼽기도 했다.

늘 우리가 먹는 밥상 채소도 선발육종이나 이종교배, 돌연변이, 유전자 조작(GMO) 등 숱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식탁 식물로 만들어졌다. 첨단과학은 유전자 가위로 편집하고 염기서열을 교정하는 등 이변을 재촉하지만 자연 섭리에 역행하는 것은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집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 먹거리 다툼이 벌어지면 세계는 우량종자 확보수준으로 강·약국으로 나뉨은 뻔한 일이다.

대전교육청에서는 자율과 책임이 함께하는 학교문화로 혁신하기 위해 창의인재씨앗학교를 매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창의인재는 미래인을 육성하는 것이라면 씨앗학교는 씨오쟁이다. 사과 속에 씨앗 수는 알 수 있어도 씨앗 속에 사과 수는 알 수 없다는 말처럼 이제는 교육의 힘으로 미래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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