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에서 지난해 말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사고가 사실상 인재(人災)로 밝혀지면서 원자력연의 안전관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오염수가 시설 외부로 누출돼 시설 주변 토양을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방사성 물질 방출사건 조사 중간결과 발표를 보면 연구원 인근 하천에서 비정상적으로 높게 검출된 세슘137 등 인공방사성 핵종은 원자력연 내 자연증발시설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시설 운영자가 필터를 교체한 뒤 밸브 상태를 점검하지 않은 채 가동해 오염수가 바닥으로 넘쳤다고 한다. 방사성물질 누출은 2019년 9월 원자력연 자연증발시설에서 발생했다. 자연증발시설은 극저준위 액체방사성폐기물의 수분을 태양열에 의해 증발시키는 시설이다. 원자력연 내부의 자연증발시설 주변 우수관으로 방사성물질이 방출되면서 인근 덕진천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많은 양의 오염수가 누출됐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니 시민들이 불안해한 건 당연하다고 하겠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자력연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초등학교가 위치하는 등 많은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원자력연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는 형편이다. 이번 사고는 다행히 주택 인접지역과 대전시내를 관통하는 갑천 등지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천만다행이다. 더는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원자력연의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는 잊을만하면 발생하곤 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원자력안전법을 69차례나 위반해 33억여원의 과태료·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병원, 기업 등 타 원자력시설 운영기관보다 위반 횟수가 훨씬 많은 데는 분명 원인이 있을 거다. 안전불감증도 그중 하나다. 시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보면 강력한 재발방지대책마련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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