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팀장

얼마 전 가수 임재범, 탤런트 손지창 씨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 적이 있다. 원로 아나운서 임택근 씨가 사망하면서 이슈화된 것인데 성(姓)이 다른 두 사람은 이복형제로, 아버지는 같지만 임재범 씨의 가족관계등록부상에는 임택근 씨가, 손지창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이모부가 아버지로 올라와 있다는 다소 복잡한 가족사가 재조명된 것이다

손지창 씨처럼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고는 '부' 또는 '모' 란에 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놀랄까. 대부분 사람이 행정관청의 담당 공무원이 대단한 착오로 생각하고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호통을 칠 것이다.

가족관계 담당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는 나도 당황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오랜 기간 이 업무를 맡다 보니 이제는 민원인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법원에 가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정판결'을 받아와 정리하면 된다고 알려주곤 한다. 설명을 들은 민원인 중 대부분은 법원에서 정정 신고를 받아 오지만 관련 서류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모가 돌아가신 지 오래돼 상속 관련 문제 등이 이미 종결됐다며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내 실제 부모가 아닌 사람이 내 가족관계등록부에 실려져 있는 건수가 우리 구에서만 연 10여 건 정도가 되니 전국적으로 따지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고등학생 때 아이를 낳았기에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그의 어머니가 외손녀를 본인의 자녀로 출생 신고한 사람도 있었고, 친오빠가 낳은 아이를 이혼한 여동생의 친자녀로 올린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민법 844조에는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돼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 아버지와 혼인을 했던 사람이 사망, 실종 혹은 이혼을 했는데 호적정리가 안 됐거나 호적정리 후 300일이 지나지 않아서 사실혼 중에 나를 낳아 첫째 부인의 자녀로 올리면 위와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에 실제 친생부모로 정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부모와 자녀가 생존해 있는 경우 권위 있는 기관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아(부모 등 사망 시는 검사를 상대로 청구) 부모와 자식 간에 99.9%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확인서를 가지고 등록기준지 법원에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정판결'을 받아 판결 등본과 확정 증명서를 첨부해 1개월 이내에 전국 가족관계등록관서 중 한 곳을 방문해 등록부 정정 신청을 하면 그 관할청에서 신청서 사본을 떠서 제적부(호적)가 있는 곳으로 보내 제적부도 모두 정정하게 된다.

요즘은 친자관계 소송이 예전처럼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이따금 신청서가 들어오고 있다. 남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고 병원을 가야 하는데 이혼 정리를 늦게 하는 바람에 전 남자의 자녀로 추정돼 실제 아버지를 올릴 수 없다.

실제 아버지와 친생 관계가 존재한다는 판결을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 후 친생자 관계 부존재를 받아 정리하거나 아예 전 남편의 자녀가 아니라는 친생부인의 소 판결문을 첨부해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루빨리 내가 낳은 아이는 친생 추정과 관계없이 내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수 있도록 민법이 개정돼 이런 사람들의 고초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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