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박경순(서양화가)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표현에서 처럼 쥐는 대체로 작고 볼품 없으며 상대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대상을 지칭한다. 쥐꼬리만한 월급,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같은 문구 역시 왜소함을 과장하는 용도로 쓰인다. 십이지 동물 중 첫째인 쥐는 다산, 부귀, 낙천, 사교성 그리고 근면과 검소를 상징하기도 한다지만 식량을 축내고 장비나 시설, 무기를 훼손시키는가 하면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체로 각인되기도 하여 이래저래 명쾌하게 정체를 규정하기 어려운 동물의 하나로 꼽힌다.

동물의 개성과 이미지를 부각시켜 인간에게 교훈을 깨우치는 고대 그리스 '이솝우화'나 17세기 프랑스 라 퐁텐 '우화시'에서도 쥐는 다른 동물의 명료한 상징성에 비춰 인상이 미미하고 모호한 편이다. 라 퐁텐 우화시에서는 '쥐와 굴', '고양이와 쥐', '쥐 두 마리와 여우와 계란' 그리고 '생쥐와 부엉이' 같은 몇몇 작품에 등장하지만 쥐 자체가 주인공이 되어 독특한 캐릭터로 교훈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야기에 개입해 스토리를 진전시키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로 주역 동물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정도에 그친다. 그래서 여우, 까마귀, 어린 양, 당나귀 그리고 사자 같은 동물들에 비해 존재감이 미미한 편이다.

쥐의 이미지가 인상적으로 부각된 것은 1928년 월트디즈니가 창안한 애니메이션 주인공 미키 마우스를 통해서다. 그 후 한 세기 가깝도록 미키 마우스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친구, 가까운 반려,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동반자 자리를 차지한다. 징그러워 멀리하는 혐오동물 쥐를 일상 가까이 다가오게 한 것도 이들 캐릭터의 파급력이다. 미키 마우스를 친구로 여기던 어린이가 죽은 쥐의 사체를 휴지로 곱게 싸서 책상서랍에 보관하다가 부모를 혼비백산케 했다는 일화는 일상에 파고든 캐릭터 쥐의 영향력을 웅변한다.

여전히 문화콘텐츠의 독보적인 주역, 미키 마우스로 표상되는 쥐의 이미지가 경자년 쥐해 한 해 동안 어떻게 나타나 변화되고 수용될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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