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재고량 급감에 '우한폐렴'까지 겹치면서 혈액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를 보면 '오늘의 혈액보유량'을 확인할 수 있다. 어제 기준 우리나라 혈액보유량은 3.6일분으로 적정치인 5일분에 한참 부족하다. 올 1월 전국 헌혈자 수(29일 현재)는 17만8609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22만3703명 보다 4만5000명이나 급감했다.

혈액 부족 사태 주원인은 헌혈 인구 감소다. 주 헌혈층이 10~30대인데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젊은층 인구가 줄다 보니 당연히 헌혈 인구도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수혈을 해야 하는 수요층인 장노년층 인구가 상대적으로 늘면서 혈액난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헌혈 참여가 급격히 줄어 혈액 수급에 애를 먹는다. 학생들이 일제히 방학에 들어가면 단체 헌혈을 유도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혈액 수급은 휘청거린다. 신종플루가 유행한 지난 2009년엔 혈액보유량이 1.8일분까지 떨어질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혈액 재고량이 뚝 떨어져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메르스 공포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단체헌혈이 전년보다 2만 7000건 줄어들었던 사례가 있다. 새해 벽두부터 뜻하지 않은 우한폐렴 등장으로 혈액수급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민들이 막연한 걱정으로 야외활동을 줄이고 다중이용시설을 꺼리면 헌혈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대체 가능한 물질도 없다. 꾸준한 헌혈 인구 확보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혈의 70~80%를 군인이나 학생과 같은 젊은층이 책임지고 있다. 젊은층에 편중된 헌혈 구조를 탈피하여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산시키지 못하면 앞으로 혈액난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호흡기질환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 헌혈은 자신의 혈액을 기증하는 생명 사랑의 실천이다. 헌혈인식 개선 캠페인과 함께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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