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인권행동, 실태조사 보고서
19.8% 보도 폭 이용자 기준 미달
회전반경 확보 못한 정류장 '32%'
장애물 등 승하차 방해요인도 문제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시가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 편의를 위해 운영 중인 저상버스 정류장(승강장) 상당수가 휠체어 이용자의 진입이 불가능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뼘인권행동은 최근 ‘천안 저상버스 승강장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저상버스 6개 노선 141개 정류장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조사는 호서대학교의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지역사회기술(지식)개발 과제 일환으로 추진됐다.

조사 결과 전체의 19.8%인 28개소 정류장의 보도 폭이 90㎝ 미만으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실질 보도 폭에 미달했다.

서울시의 경우 가로변 시내버스 정류소 설치 및 운영 지침에서 폭이 55~75㎝인 휠체어 장애인들의 편의성 보장을 위해 유개승강장 출입구 폭을 최소 90㎝로 정하고 있다. 또 저상버스 정류장은 내부도 비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32%인 45개소 정류장이 내부에 휠체어 회전반경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휠체어의 승강장 내부 진입 가·부 항목에서 저상버스 노선 승강장의 29%인 41개소가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현재 천안시는 1번·21번·71번·90번·99번·112번 등 6개 저상버스 노선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지역 저상버스 노선의 정류장은 외부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공사 중인 1개 소를 제외한 140개소 정류장의 38%(53개소)가 승하차 시 방해요인을 안고 있었다고 한다.

주 방해 요인은 기타 시설물이 18%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가로수(11%)와 띠 녹지(6%), 가로등(3%)이 뒤를 이었다.

심지어 17개소의 정류장은 승강장과 점자 유도블록 이격거리가 30㎝ 미만에 불과했다. 시각장애인과의 충돌 위험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류장의 절반을 넘는 78개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유도블럭 조차 없었다.

한뼘인권행동 관계자는 “가장 약자인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다면 모든 사람들에게도 안전하고 편리할 것”이라면서 “시는 승강장 정비를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사전에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계획을 수행한다면 시행착오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한 정류장들은 현장 여건이 좋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 설치될 저상버스 정류장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