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쑥대밭 될 것” 비난
재난본부 이르면 오늘 가동

 

▲ 진천군의회 의원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우한 송환자들의 진천지역 수용 계획 설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 후 반대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진천=김운선 기자
▲ 진천군의회 의원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우한 송환자들의 진천지역 수용 계획 설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 후 반대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진천=김운선 기자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지역이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의 영향권에 들었다. 정부가 29일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2곳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을 격리 수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충북에서는 당혹감 속에 곳곳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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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오후 3시 우한 교민들을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나눠 격리 수용한다고 공표했다. 정부의 전세기를 타고 국내에 들어오는 우한 교민은 약 700명이다. 이들은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30~31일 양일에 걸쳐 입국한다.

이에 대해 급작스레 격리지로 선정된 진천은 물론 인접한 증평, 음성은 물론 도내 일각에서는 세 가지 이유를 들며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먼저 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충북혁시도시가 주거 밀집지역인 점을 꼽는다. 실제 인재개발원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km 반경에 1만 7237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 등 교육기관 10곳도 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증평·진천·음성)은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충북이 쑥대밭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인재개발원이 진천읍과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혁신도시는 주거 밀집지역이고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도 적잖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천 혁신도시를 넘어 충북과 서울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진천은 지난해 12월 기준 8만 1084명(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28일까지도 격리지로 유력했던 충남 천안에서 갑자기 진천으로 뒤바뀐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초 정부는 격리 시설로 충남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검토했었다. 이에 충남도민과 충남정치인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진천과 아산으로 '불똥'이 튀었다는 게 충북 도내 일각의 해석이다. 경 의원은 "이런 정부가 있느냐. 진천과 충북도민들의 건강권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분개했다.

정치적인 풀이도 나온다. '도세(道勢)'가 약한 충북지역에 의견개진과 반발할 시간 조차 정부가 허용치 않았다는 것이다. 우한 교민의 30일 입국을 목전에 둔 29일 격리 시설을 결정한 게 기저에 깔려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황당하다. 충북이 아니면 격리 수용할 지역이 없는 것이냐"며 "의견개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29일 오후에 격리 시설을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격리 시설 선정이란 '중대사안'을 결정하면서 충북도와 진천군에 '일언반구(一言半句)'의 논의도 없이 진행한 점을 두고 이해불가란 지적이 제기된다. 김장회 충북도 행정부지사는 "아직 정부로부터 들은 내용이 없다"고 했다. 이 시점은 29일 오후 2시 무렵이었다. 앞서의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가 영남이나 호남을 상대로 이런 중대 결정을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충북도는 이르면 30일을 기점으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지대본) 가동할 계획이다. 충북도는 29일 김장회 부지사 주재로 긴급 고위간부회의를 갖고 지대본 구성과 가동 시점 등을 집중 논의했다. 전정애 충북도 보건복지국장은 "지대본 가동의 원칙은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이지만 진천에 우한 교민들이 수용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지대본을 가동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지대본이 가동하면 본부장은 이시종 도지사가 직접 맡을 예정이다. 충북도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 11개 시·군 영상회의를 통해 유기적 협력강화,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진천=김운선 기자 ku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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