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철 대전·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도전과 응전의 결과로 봤다. 그에 따르면 문명의 시작은 자연재해라는 커다란 도전 앞에 살아남기 위한 응전의 결과였다. 빙하기가 끝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이 건조화 되면서 심각한 자연환경의 변화를 겪는다. 이런 도전 앞에서 당시 초원지대에서 수렵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했다.

거주지는 바꾸지 않고 생활양식만 바꾼 첫 번째 집단은 유목민이 되었다. 거주지와 생활양식을 함께 바꾼 두 번째 집단의 응전이 가장 찬란했다. 이들은 밀림과 늪지대에 뛰어들어 제방을 쌓고 정연한 수로를 만들어 자연의 변덕스러움을 정복해 인류 최초로 이집트 문명과 수메르 문명을 창조했다. 그러나 거주지도 생활양식도 바꾸지 않은 세 번째 집단은 결국 멸망했다.

산업혁명도 도전과 응전의 결과이다. 유럽에서 인도산 면직물 캘리코가 뛰어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전통 모직물이 몰락하고 실업자들이 양산되자, 1720년 영국 의회에서는 캘리코 수입과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또 영국은 궁극적인 해결책을 고심하며 증기기관과 면방직기·방적기를 개발하게 된다. 이후 영국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평화시대를 구가할 수 있었다. 반면 면직물 종주국 인도는 영국의 면직물에게 질과 양 모두 압도당해 수많은 인도의 수공예 장인들이 무너지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숙명적으로 안게 된 가난이라는 도전을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으로 응전했다. 산업화에는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제조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며 빠르게 추격해 갔다. 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산업화를 성공시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국가를 가리키는 용어다. 미국·일본·영국 등 7개 국가뿐인데 이 중 한국은 지난해 이름을 올렸다. 2050 클럽에 진입한 2012년 이후 7년만의 일이다. 우리에게도 어려운 역사적 도전 앞에 응전해 승리해온 저력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발전을 거듭하며 인류 앞에 등장한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토인비는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역사는 어려운 도전 앞에 현명하게 응전하는 자만이 승리자로 남는다는 교훈을 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응전할 수 있도록 올해 정책방향을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스마트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관련예산을 적극 편성했다. 슬기롭게 대응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일 것이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전 앞에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에서 벗어나 이를 적극 활용하는 응전으로 승리를 맛보는 2020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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