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직원이 6점 훼손… 불구속 입건
수년간 반복돼… “조직적 행위 의심”
서천건설본부, 재발방지대책 예정

[충청투데이 노왕철 기자] 신서천화력발전소 건립 이행 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아 지역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중부발전이 지역민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이 파문이 일고 있다. 지역민의 정당한 요구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로 비쳐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천경찰서는 최근 지역민이 설치한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한국중부발전 소속 직원 A(46)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9일 오후 9시2분경 서천군 서면의 한 편의점 인근 길가 등에서 주민들이 설치한 25만 원 상당의 현수막 6점을 훼손한 혐의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수사에 나서 CCTV 등으로 용의자를 특정, 검거해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을 받았다. 훼손된 현수막은 미세먼지·고압선철탑 피해대책위원회가 내건 것으로 중부발전 서천건설본부에 고압선 지중화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일단 경찰은 A 씨의 개인적·우발적 범행으로 보고 있고 중부발전 역시 같은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현수막 훼손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지난 수 년 간 똑같은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역민 B 씨는 "신서천화력발전소 건립과 관련해 중부발전이 약속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주민들이 수시로 현수막을 통해 불만을 표출했는데 얼마 안 가 하나 둘 씩 사라졌다. 그땐 바람에 날러 갔거나 다른 이유들로 없어졌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부발전이 그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이어 "지난해 4월 대책위 구성 이후 50여 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자꾸 훼손돼 이번엔 CCTV가 있는 곳에 현수막을 걸었다. 그래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며 "알고 보니 중부발전 직원이었다고 해서 무척 놀랐고 더 충격적이었다.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닌 만큼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역민에 대한 중부발전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주민들은 같은 맥락에서 신서천화력발전소 건립 이행 협약 사업이 7년이나 지지부진한 이유도 여기서 찾고 있다. 지역민을 이렇게 우습게 여기니 약속 사업에 대해서도 시간만 끌면서 지난 7년간 주민을 우롱하기만 했다는 거다.

중부발전이 서천건설본부장 교체 이후 무너진 신뢰 회복에 나선 상황에서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하면서 중부발전도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신임 서천건설본부장은 약속 사업 이행 의지를 거듭 피력하면서 주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 안감힘을 쏟고 있지만 주민 분노에 기름을 붓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천건설본부는 설 이후 이번 사건에 대해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돌아설 대로 돌아선 주민들의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부발전은 신서천화력발전소 준공 시 서천화력 1·2호기가 쓰던 기존 송전선로를 그대로 이용할 예정이지만 대책위는 서천화력발전소 1·2호기가 폐쇄돼 송전선로도 관련법에 따라 폐지돼야 하는 만큼 신서천화력발전소를 건립하면서 기존 송전선로도 새롭게 지중화해 줄 것을 줄곧 요구해 왔다. 서천=노왕철 기자 no85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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