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라 ETRI 신소자연구실 선임연구원

약 120년 전 뢴트겐에 의해 우연히 엑스선이 발견된 이래 엑스선은 인류의 삶에 여러 분야에서 크고 작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발견됐을 당시 외과 의사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는데 사람을 해부하지 않고도 몸 안의 뼈를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산업 분야에서도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 내부를 볼 수 있으므로 제조업의 수율 향상, 보안 검색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게 됐다.

하지만 엑스선은 방사선의 한 종류로 그 유용성의 뒤편에는 항상 ‘방사선 피폭’이라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막연한 거부감의 대상이 돼왔다. 현재 엑스선을 만드는 소스 기술은 가능한 피폭량을 줄이면서도 획득 정보의 정확도는 향상돼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할 근본적 해답은 핵심기술인 엑스선 소스에 있다.

현대 산업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엑스선 기술 또한 디지털화를 통해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엑스선 소스만은 약 120년간 기존 방식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있는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해 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병원에 가서 찍는 엑스선 영상은 대부분 백열전구와 같은 뜨거운 필라멘트가 적용된 열전자원 엑스선 소스를 사용해 얻는다. 금방 식거나 뜨거워지지 않는 열의 특성상 열전자원 엑스선 소스는 신속하고 명확하게 켜고 끄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엑스선을 촬영할 때 원하는 시간 외에도 불필요한 피폭을 일으켜 쉽지 않은 제어 특성 탓에 과도한 피폭이 문제였다.

필자가 연구개발 한 나노소재 기반 전계방출원을 적용한 엑스선 소스는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명확한 변조, 즉 디지털적 신호 구현이 가능하다. 또 원하는 시간에만 엑스선이 발생, 불필요한 피폭을 제거하는 동시에 신속한 변조를 통해 영상 화질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전계방출원이라는 신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엑스선 소스’는 엑스선 기술의 완전 디지털화를 만들고 방사선 피폭을 상당히 줄여 정확한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

물론 본 기술은 국 내·외 대학 및 연구소에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연구돼왔고, 상당히 오랫동안 그 효용성과 특장점에 대해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야 필자의 연구그룹에서 기술이전을 통해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상용 제품에 요구되는 특성을 보장하는 원천기술확보에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지만 아날로그 소스 기반의 엑스선 기술은 의료, 산업 분야에서 이미 너무나도 널리 상용화돼 제품에 대해 핵심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설득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혁신적인 디지털 엑스선 소스 기술은 디지털화를 통해 방사선 피폭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로써 더 안전하고 선명한 의료분야의 진단, 검사 및 치료를 가능케 한다. 이러한 가능성에 용기 있게 도전하는 기업을 통해 혁신기술의 상용화, 실제화를 이룰 수 있었다.

필자는 과학 기술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오며 어떤 분야이든 그 시작이 다소 우리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아주 근본적인 학문적 궁금함에서 출발한 접근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 안에 그 효과가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와 개발 기술을 실제화하는 기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국가의 협업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과학의 경제적 가치보다는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의 가치로 과학 기술이 평가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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