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외로울 사 이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 고구려 유리왕이 남긴 '황조가'다. 임금조차 떨칠 수 없었던 '홀로된다는 것'의 외로움이 시대가 흐를수록 깊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 수가 600만을 넘어서고 있다. 이 중 1인 고령자 가구의 증가 폭은 더욱 가파르다. 요즘 유행하는 혼밥이나 혼술이 청년들만의 트랜드가 아니다. 한국의 많은 노인도 어쩔 수 없이 혼밥, 혼술에 익숙해지며 홀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OECD국가들의 4배, 2050년이면 인구 3명당 1명이 노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늙어가는 세계 2015'보고서, 한국 고령화률 35.9%). 80세 이상 고령으로 갈수록 만성질환, 신체 기능의 저하로 점차 혼자 생활하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고령 노인들을 누가 돌볼 것인가. 그런데 저출산율은 세계 1위란다. 노동 가능 생산인구도 급속하게 줄고 있다.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는 노인부양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의 재원 고갈도 예상되면서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재난 수준이다.

정부는 2019년 급속한 인구 고령화 대책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전달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2020년 3월부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기본개념으로 주거, 돌봄, 요양, 독립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내 노인 관련 서비스를 통합한 정책으로 시범사업 기간 없이 빠르게 도입했다. 반갑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우선 사회복지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기존 제공되던 재가노인서비스와 조정, 정리도 필요하다. 지역마다 복지현장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다르다. 기존의 유사, 중복사업을 통합했다고는 하나 재가사업 전반에 대한 정리 못 하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모양새니 그만큼 복지전달체계 개편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스스로 돌봄(self-care)이 되지 않는 노인들의 욕구는 정말 다양하다. 청소, 환경정리, 빨래, 식사 준비에서부터 전구 교환, 이동지원 등 세세한 생활 불편까지 다양한 욕구에 따른 개별 서비스를 제공해야 노인들이 홀로 생활할 수 있다. 어떻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명칭만 맞춤 돌봄이고 이런저런 규정과 이유로 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부분만 제시하는 서비스가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대로 된 맞춤 돌봄서비스를 위해서는 더 많은 서비스 제공자와 재원이 필요하다. 때문에 공공의 역할만으로 역부족일 수 있다. 한정적인 재원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정책을 실행하려면 ‘공동체 시민의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상호 작용과 상호 지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의 어려움을 알아차리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해주는 이웃의 관심이 기반 될 때 가장 촘촘한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공동체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 이웃 간의 교류나 교감은 사라졌다.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만난 이웃도 서로 인사하기 서먹해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지 않나.

이웃에 누가 살고, 우리 동네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교감하는 문화가 트랜드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그런 시민운동을 시작하고 그런 공익 홍보를 시작하자. 그래서 국가가 책임지고 시민이 함께하는 복지가 이뤄지도록 하자. 늙어가는 대한민국을 팽팽하게 리프팅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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