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내일부터 시작된다. 민족대이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수천만 명의 인구가 고향길을 찾아 떠난다. 국토부는 이번 연휴 기간 이동인구가 3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대형할인점과 전통시장들도 설 대목 손님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특판행사를 열고 있다. 도로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길이 막혀도 부모,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눌 것을 생각하면 고생길도 즐겁다. 그래서 명절은 더 설레고 기다려지는지 모른다.

우리 주변엔 명절이면 오히려 더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복지시설이나 홀로노인, 소년소녀가장들이 더 그렇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후원 손길이 줄어 명절이 남의 얘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루하루 외롭게 살아가는 홀로 노인 또한 상대적 소외감이 크다. 이웃집 자녀들은 푸짐한 선물꾸러미를 들고 부모를 찾는데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고독감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해가 갈수록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초고령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대전의 경우 홀로 사는 노인가구가 5만208명이나 된다고 한다. 세태 변화로 자녀와의 동거를 꺼리거나 피치 못할 이유로 홀로 사는 노인가구가 급격히 늘면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배가 고파 사과와 우유를 훔쳤다는 인천 장발장 부자(父子)의 뉴스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사는 우리 사회 어딘가에 배를 곯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기가 어려워 넉넉하지 않더라도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설 명절이었으면 좋겠다. 가난하고 외롭게 사는 이웃과 떡국 한 그릇을 나누며 함께하는 명절이라면 더 없이 의미 있는 일이다. 그늘지고 소외된 곳을 살피고 어려운 이웃에게 격려와 위로가 넘치는 사회를 소망한다. 혹시 내 주변에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같은 어려운 이웃이 살고 있지 않은지 각별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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